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일 부처별 업무보고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약속한대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공약 중 어떤 정책을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반영할지 주목된다.
인수위는 민생과 국민대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은 적극 수용할 방침이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최근 "선거과정에서 경쟁했던 문 전 후보가 내놓은 공약 가운데 방향과 철학이 일치하는 게 꽤 있다"며 "같이 받아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야당의 좋은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는 것은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박 당선인의 국정 운영 방향과 부합할 뿐만 아니라 실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분야에서 유례 없는 여야의 정책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던 만큼 박 당선인 공약과 야당 공약 사이에서 최대 공약수를 뽑아내는 작업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후보 간 정책 유사성이 가장 두드러졌던 대ㆍ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약속했던 박 당선인이 그 적용 대상을 문 전 후보가 공약한 '납품단가 인하와 납품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행위 전반'에 근접한 수준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대통령'을 강조한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인들의 '손톱의 가시'인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휴일근로 초과근로시간 산입' 등 장시간 근로 관행 타개를 위한 박 당선인의 공약을 실제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문 전 후보의 '법정노동시간 준수를 통한 연평균 노동시간 2,000시간 이하 단축' 공약이 반영될 수 있다. 또 과학기술ㆍ정보통신 분야의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보이는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될 경우 문 후보의 '부총리급 과학기술부' 공약이 반영되는 셈이 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도 공통 분모 찾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분야다.
안 전 후보의 공약 중에는 국제 투기자본 유입을 막기 위한 '토빈세' 도입 여부가 관심이다. 인수위는 최근 환율 급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현실에 맞게 토빈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부 승격 등 금융계 전면 개편 과정에서 안 전 후보가 공약한 금융감독원 이원화(금융시장 감독ㆍ금융소비자 업무 분리)가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한 인수위원은 "일단 인수위에서 검토 작업을 거친 뒤 민생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야당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국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제안한 국가지도자연석회의가 두 야당 후보의 정책 반영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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