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팽창에만 치우친 한국 컨벤션산업의 현주소는 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숙제로 안고 있다.
컨벤션은 흔히 '굴뚝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린다.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특히 높아 붙여진 별칭이다. 예컨대 국제회의 참석자들은 방문지에서 일반 여행객보다 2, 3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또 이들이 여론주도층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국에 한국을 알리는 홍보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 같은 수요를 견인하려면 양질의 서비스가 필수다. 관리와 홍보, 관광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유ㆍ무형의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의 컨벤션산업은 지금까지 정부와 공공기관 주도로 전시회장 건립 등 외형에만 치우친 나머지 내실을 다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컨벤션학회장인 황희곤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컨벤션 개최로 전ㆍ후방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를 넘는데 반해, 한국은 0.45% 에 불과하다"며 "단순한 상품판매나 홍보에서 벗어나 정보ㆍ기술교류와 인적 네트워크 형성 등의 기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컨벤션센터의 복합단지화, 특화된 컨벤션 발굴, 민간 국제회의기획사(PCO) 육성, 정부의 지원 기능 일원화 등이 거론된다. 현재 서울의 코엑스나 부산의 벡스코를 제외하곤 쇼핑 등과 연계된 복합단지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행사 참가자들의 소비지출을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가나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 컨벤션을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외국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회의 유치를 읍소하기보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등 강점을 가진 분야를 육성해 '찾고 싶은 컨벤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원화된 컨트롤타워도 문제다. 전시회는 지식경제부와 국제무역진흥회가 담당하고 국제회의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관광공사가 맡아 효율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전시회와 국제회의가 결합되는 요즘 추세에 맞춰 관광진흥기구(JNTO)가 컨벤션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컨벤션 기획사 및 전문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 국내 국제회의기획 시장은 대부분 상위 소수 업체가 과점한 채 영세 PCO들에게 하청을 주는 식이다. 신용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PCO들이 일개 대행사로 전락한 구조에서는 획기적 기획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컨벤션 전문인력을 양성할 전담 교육기관이 현재 전무한데, 이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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