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2월 12일 이른바 실용위성 광명성 3호-2호기를 궤도에 올린 지 오늘로 딱 한 달이다. 그간 북한은 "민족사의 특대사변"이라며 축제 분위기 속에 대대적 선전에 열을 올려왔지만 명백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위반이어서 안보리의 대북제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장거리로켓 발사 때는 사흘 만에 안보리의장 규탄성명이 나왔으나 이번엔 제재 논의 진도가 매우 더디다. "적정 수준의 대응"을 주장하는 중국 탓이다.
■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다소 느슨하다. 엊그제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등 미 민간대표단 방북 외에도 그런 분위기에 일조한 일들이 적지 않다. 네덜란드 바게닝겐 대학은 유럽연합(EU)와 네덜란드 정부의 공동자금 지원으로 이달에 북한에서 새로운 감자 품종개량 사업을 시작한다. 미국 대북지원단체 GRS는 미국프로농구(NBA) 은퇴선수들을 북한에 보내 농구기술을 전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 북한 도발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한미 양국으로서는 맥이 빠질 만하다. 양국 정부는 리처드슨 전 지사 등의 방북을 탐탁하지 않게 여긴다.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 김 빼기나 고립상황 탈피에 이용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 들었다고 보는 탓이다. '인터넷 황제'구글 회장 방북은 가장 폐쇄적 국가에 개방 권유의 상징성보다는 개인관광에 그쳤다거나 리처드슨 전 지사의 공명심을 지탄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 현 시기에 미국 민간대표단의 방북 활동과 국제사회 일각의 대북지원 움직임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국제사회 지원을 받아들이고 외부 인사들을 불러들여 자신들의 내부를 보이는 만큼 북한도 그에 따라 묶이는 게 있다.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 등을 통해 대외 유화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당면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해 보려는 의도일 테지만 거기에 북한 변화를 이끌 기회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대북 압박과 지원이 갖는 긍정ㆍ부정의 양면성을 창의적으로 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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