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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 서능욱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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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 서능욱이 웃었다

입력
2013.01.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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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너무 심하게 공격하다 요석이 죽어서 사실 승부를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결승전이고 방송 대국이므로 끝까지 최선을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뜻밖에 승리의 여신이 도와준 것 같습니다."

'대서'와 '소서'의 40년 만의 첫 타이틀매치에서 '소서'가 승리했다. 9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 대국실에서 벌어진 제3기 대주배 프로시니어최강자전 결승에서 '소서' 서능욱이 '대서' 서봉수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지난 기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2011년 말 제2기 대주배 결승서 '천적' 조훈현을 꺾고 입단한 지 39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후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소감을 밝혀 바둑팬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던 서능욱이 이번에는 서봉수와 치열한 난전 끝에 행운의 역전승을 거두고 다시 정상에 우뚝 섰다. 이로써 서능욱은 프로 통산 우승 2회, 준우승 13회를 기록했다.

올해 환갑인 서봉수와 쉰다섯인 서능욱, 두 노장 라이벌은 모처럼만에 가진 맞대결에서 나이 탓인지 여러 차례 실수를 주거니 받거니 했지만 투지만은 혈기왕성했던 젊은 시절 못지않았다. 이날 대국에서 두 선수는 초반부터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중반에 접어들면서 서능욱이 상대 대마를 맹렬히 공격했지만 거꾸로 서봉수의 날카로운 반격을 당해 일찌감치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이후 서능욱이 불꽃 투혼을 발휘하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반면을 마구 휘저으며 밀어 붙였다. 자신의 별명처럼 근두운을 타고 여의봉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손오공을 연상케 했다. 시간에 쫓긴 서봉수가 두어 차례 느슨한 수를 두면서 역전 무드가 조성됐고 마침내 서능욱의 결정타가 작렬, 집 차이가 크게 벌어지자 서봉수가 그만 돌을 거두고 말았다.

서능욱은 곧바로 열린 시상식에서 국내 최고의 속기왕답게 "예선은 제한시간이 1시간으로 너무 길어 지루했는데 본선부터 15분이라 체질에 맞았다. (주최측에서)친구를 위해 그렇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대회 후원사인 김대욱 TM마린 사장과 서능욱은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다. 서능욱은 또 "전기에 우승 소감을 말하면서 집사람 얘기를 안 해 많이 혼났다. 이번에는 확실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 항상 성원해 주는 용진회 회원들과 모든 바둑팬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서봉수는 1기 대회 결승서 조훈현에 고배를 마신데 이어 3기에는 서능욱에게 패해 대주배서 두 차례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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