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스타일’에는 한국과 한국인 특유의 개성이 응집돼 있어요. 그 폭발적인 인기는 그간 무르익을 대로 익은 한국 문화가 빵 터진 순간이었죠. 이런 개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저의 고민이자 역할입니다.”
국내 최초 동시통역사로 30여년 간 활동해온 최정화(57) 한국외국어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다른 중요한 직함도 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이다. ‘한국 알리기 전도사’를 자임해온 CICI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은 세계 60여개국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줬어요. 2000년 이전만 해도 우리의 이미지는‘한국전쟁’이나 ‘분단국가’가 대부분이었죠. 한국의 참 이미지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는 2002년 북한의 핵 문제와 한일 월드컵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자 ‘지금이 국가 이미지를 전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CICI를 창립했다. 지난 연말 CICI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올리는 이미지로 “삼성 등 대기업과 한류”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던 이면엔 어쩌면 CICI의 노력도 한 몫 했을 수 있다. ‘가난한 전쟁국가’로 불렸던 한국의 이미지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또 한 번 달라지고 있다.
최 교수는 1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전에 비해 한국의 이미지는 상당히 개선됐다”며 “특히 ‘강남스타일’에 함축된 우리의 문화,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모습들은 한국인 특유의 재능이 제대로 보여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CICI를 통해 국내외 오피니언들에게 한국의 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특히 2006년부터 내국인은 물론 각국을 대표하는 주한대사들, 기업 CEO, 변호사, 교수 등의 회원들과 매년 두 번씩 개최하는‘코리아 CQ’ 포럼은 한국의 명소나 산업현장을 찾아가거나, 한식을 만들어보는 등 한국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호응이 높았다.
“외국인들은 중국인이나 일본인들과는 다른 한국인만의 신명나는 끼와 진취적인 행동에 매료되곤 했어요. 그것이 풍성한 한국 문화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했습니다.”
최 교수는 실체가 아무리 좋아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지난해 한국을 빛낸 인물로 세계를 소통하게 한 싸이를 ‘한국이미지 디딤돌상’으로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CICI는 2005년부터 디딤돌상, 징검다리상(한국을 알리는데 공로가 있는 외국인이나 사물 등), 새싹상(한국 이미지를 높인 20세이하 청소년) 등을 제정해 매년 수상자를 각국에 알리고 있다.
“‘왜 한국을 알리지 못해 그렇게 안달 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최근 러시아에 갔을 때 현지인이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한국사람입니까?’라고 인사하더군요. 그때 눈물이 날만큼 울컥하는 감동이 몰려왔어요. 이런데, 어떻게 그만두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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