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한국 바둑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의 총수 단일화가 새해 바둑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 바둑단체인 한국기원의 허동수 이사장이 이달부터 아마부문을 관장하는 대한바둑협회 회장까지 겸임할 예정이어서 그 배경에 바둑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바둑협회는 지난 8일 조건호 회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22일 열리는 제3대 회장 선거에 허동수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이 단독 후보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허 회장은 현재 한국기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바둑협회장은 전국 16개 시도바둑협회와 4개 직능단체 대표 20명으로 구성된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하는데 허 후보는 이미 과반수 대의원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회장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프로바둑 관련 업무를 맡아온 한국기원과 대한체육회 산하 정규 스포츠단체로 아마바둑을 총괄하는 대한바둑협회가 분리된 지 7년여 만에 총수 단일화를 통해 다시 본격적인 통합 수순을 밟는 셈이다.
국내 바둑계는 오랫동안 한국기원이 모든 업무를 총괄해 왔으나 2000년대에 들어와 바둑이 체육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2005년 11월 대한바둑협회를 만들어 아마바둑 부문을 관장하도록 했다. 바둑협회는 전국 조직을 갖추고 2009년 2월 대한체육회 산하 55번째 정가맹 경기단체로 승인 받아 국내 바둑계를 대표하는 공식 스포츠단체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후 세계바둑선수권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 종목 금메달 3개를 싹쓸이 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재정 자립을 하지 못해 협회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또한 바둑의 특성상 프로와 아마의 영역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업무 추진 과정에서 한국기원과 자주 마찰을 빚는 등 주도권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도 어느 단체가 한국 바둑을 대표하느냐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기원과 바둑협회는 2009년부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기구 통합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양측의 이해가 엇갈려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1년여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차선책으로 먼저 두 단체의 총수 단일화를 통해 실질적인 통합 효과를 거둔 다음 서서히 본격적인 통합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총수 통합으로 한국기원은 실질적으로 공식 체육단체라는 대표성을 확보해 대외적인 위상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전국 조직을 활용해 바둑 보급을 더 적극적으로 해갈 길도 마련했다. 바둑협회는 재벌급 회장 취임으로 고질적인 재정 어려움을 해소하고 전국체전 정식 종목 채택 등 숙원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아마단증 발급권 이양을 비롯, 그동안 한국기원과 갈등을 빚었던 여러 현안도 원만하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기원과 대바협은 총수 통합을 계기로 빠른 시일 내에 두 단체의 조직과 기구를 유기적으로 재정비하고 인력 교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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