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잭) 루 미국 재무장관 지명 발표장에서 그의 서명이 화제가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루 백악관 비서실장을 차기 재무장관에 공식 지명하면서 그의 서명을 언급했다. 동그라미 7개를 고리처럼 이어 그린 뒤 돼지꼬리 모양으로 마치는 루의 서명은 이미 악명이 높다. 오바마는 "그의 서명(문제)을 이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다"면서 "어제 이 문제가 언론에 나오면서 지명을 철회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물론 오바마 특유의 농담이었다. 오바마는 그러면서 "잭이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과하면 적어도 글자 하나는 알아볼 수 있도록 서명을 고쳐 달러화가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나에게 약속했다"고 지명을 강행한 이유를 말했다. 이스트룸의 발표장에 폭소가 터졌고 오바마의 양 옆에 배석한 루와 티모시 가이트너 현 재무장관도 따라 웃었다.
미국에서 재무장관의 서명이 논란이 되는 것은 새로 발행되는 달러 지폐 우측 하단에 그의 서명이 인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필 논란은 루에 앞서 가이트너도 마찬가지였다. 가이트너는 원래 큰 동그라미 두 개 뒤에 같은 돼지꼬리로 된 서명을 사용했으나, 재무장관이 된 뒤 프리스타일체의 알파벳 이름을 쓰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는 지난해 "사람들이 달러화에 적힌 나의 이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루는 "어제 처음 가이트너와 내가 서명이란 동일한 문제에 부딪혔음을 알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는 달러 지폐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바꿀 자신의 새 서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루의 서명에 대해 유치하다는 식의 비난성 반응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루의 원래 서명이 적힌 달러화를 유통시켜 달라는 백악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