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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돈·섹스·정신·세상·시간… 인생의 필수과목을 공부하다

입력
2013.01.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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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 지인들과 문 연 프로젝트 학교 '인생 학교' 6개의 강의 6권의 책으로 나와"돈 문제와 돈 걱정을 분리하라" "섹스에 관해 정상적인 사람은 없다""美와 기쁨 키워나가면 세상은 바뀐다"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일상의 철학

우리 모두가 인생을 살면서 하는 고민에 관한 책이다. 철학적이면서도 유쾌한 연애소설로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작가 알랭 드 보통(44)이 기획자이자 에디터로 참여해 만들었다. 다루는 주제는 6가지로 1권에 1가지의 고민들이 담겨 있다.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돈에 대해 덜 걱정하는 법,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법,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법이 그것이다. 섹스 편은 보통이, 나머지는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에 참여한 교수들이 집필했다.

보통은 2008년 영국 런던 마치몬트 거리에 지인들과 함께 '인생학교'라는 특별한 프로젝트 학교의 문을 열고, 강연과 토론을 시작했다. 학술적으로 깊이 있는 고찰은 아니지만, 우리가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길잡이로서는 충실한 편이다.

▲ 일

겨우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후 찾게 되는 직업은 우리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밥벌이를 위해 평생 일의 노예가 되어 사는 걸 마다할 수 있는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노동하지 않는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는 카뮈의 말은 직장인들 모두 고민하고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결국 이 일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몫일 수밖에 없지만, 책은 직업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정립하고 일을 더 사랑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 돈

'돈이 좀 많았더라면 아내와의 관계가 훨씬 좋아졌을텐데…'같은 생각 누구나 한번쯤 한다. 과연 우리에게 얼마의 돈이 있어야 만족할까. 얼마나 필요한지, 왜 필요한지에 관해서는 천차만별의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사실 걱정은 '내 통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 아닐까. 정말 궁핍해서 먹고 살 걱정을 하는 이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실체가 없는 걱정으로 인생을 낭비한다. 돈 문제를 다루는 것과 돈 걱정을 하는 것을 분리해 생각하라는 충고가 이 책의 핵심이다.

▲ 섹스

커플이 절정의 순간에 이르며 즐기는 오르가슴은 단순히 육체적인 감각만은 아니다. 섹스를 통해 얻는 쾌감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는 과정, 그리고 행복한 삶의 요소들을 인정하고 확실히 받아들이는 과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적 흥분이란 자신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찾는 순간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하지만 인류사를 돌이켜 보면 결국 모든 것은 섹스 때문인 경우가 많다. 수천 년에 걸쳐 쓸데없는 당혹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했던 그것은 연애와 사랑, 결혼과 불륜, 욕망과 무관심, 노이로제와 병적 공포 등의 이유가 된다. 그는 "섹스에 관한 한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며 왜곡된 성 담론이나 관계를 관해 독자들이 편하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 정신

미치지 않고 온전한 정신으로 산다는 게 가능할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대방에 대한 불만은 사실 내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일 경우가 많다. 개개인의 상황이 다른 데 책은 어떤 충고를 해줄까. 대인관계에 대해 스스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뻔한 답도 물론 있다. 그러나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그런 감정조차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유익한 스트레스를 찾아낸 후 정신과 몸의 건강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당신이 습관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운명이 된다거나, 숨겨진 과거나 가족력은 무한 반복되기 때문에 나쁜 패턴을 찾아 고쳐야 한다는 조언은 즉각 효과를 발휘한다.

▲ 세상

나치가 맹위를 떨칠 무렵, 노르웨이에서는 시민들이 독일군을 본체만체 하는 운동이 암암리에 퍼진 적이 있다. 시민들은 전차에서 독일군 옆자리에 앉기를 거부하는 사소한 행동으로 나치를 당황시켰는데, 결국 나치는 전차에 빈자리가 있는데도 서있는 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백인 승객에게 자리 내줄 것을 거부한 버스 승차거부 운동으로 미국 인종차별 철폐 운동의 불씨를 지핀 로자 파크스 등의 얘기를 소개한 책은 세상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아름다움과 기쁨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일만으로도 세상은 바뀐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 말미에 198가지 비폭력행동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 시간

디지털 시대에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한 시대, 세상의 변화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우리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역사상 유례없는 혁신에 따라 우리는 휴가지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체크해야만 하는 등 상시적인 실시간 연결 시대에 존재한다.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거꾸로 노트에 낙서를 하는 과거 회귀형 모델이 각광받는 다는 사실. 책은 너무 조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균형잡힌, 즉 가장 인간적인 것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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