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빚
대선 도왔다고 보은 없어… 일부엔 감사 전화도 안해
검찰 빚
MB와 달리 얽힌 일 없어… 중수부 폐지서 더 나갈 수도
대기업 빚
재벌 2,3 세 행태 비판… '봐주기 없다' 신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은 10일 전화 통화에서 "박 당선인은 빚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앞으로 강하게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 두고 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공약한 인사 제도와 검찰, 재벌 관련 고강도 개혁을 끝까지 추진할 수 있을지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우선 박 당선인은 측근들에게 갚을 '자리 빚'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능력과 콘셉트를 위주로 사람을 쓸 뿐 대선 때 자신을 도운 사람들에게 굳이 인사 보은을 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박 당선인은 대선 승리가 '박근혜 자신과 나라를 걱정하는 세력 전체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일부 측근들의 도움으로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수위에서부터 당연히 중용될 것으로 여겨진 친박계 실세들 중 일부 인사에게는 감사 전화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인사 관련 전화가 올까 해서 화장실에도 전화기를 들고 들어간다는 선대위 인사들이 있다"면서 "박 당선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정부 부처에서 추천한 공무원들을 그대로 인수위에 파견 받은 점에도 차기 정부에서 인수위 파견 공무원들을 특별히 챙길 일이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검찰에도 갚을 빚이 전혀 없다는 것이 박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BBK 사건 등으로 검찰과 얽혀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다르다"면서 "그간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비리에 연루됐을 때도 '봐주지 말고 법대로 수사하라'는 태도를 취하며 손을 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때문에 박 당선인은 검찰 개혁을 직접 챙기고, 검찰이 반발할 경우엔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검찰 일각에서 '정권 때마다 흐지부지된 대검 중수부 폐지가 설마 관철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더 센 개혁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측근들은 "대기업이 선거 때마다 정치자금을 대는 관행이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만큼 박 당선인은 재벌 개혁에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전경련 대표단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중소기업 업종 침해와 재벌 2, 3세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앞으로 경제민주화 실천 과정에서 대기업을 봐줄 일이 없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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