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비 인하를 위해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를 검토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사항인데, 이동통신업계에선 이명박정부의 '기본료 1,000원 인하'악몽을 떠올리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0일 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16일 예정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계 통신비부담 경감방안의 하나로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를 제시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당선인 공약 사항인 만큼 보고내용에 들어갈 것이며 다만 구체적 시행여부와 시기, 방법 등은 인수위와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동통신업체들이 신규가입 또는 번호이동 때 받는 가입비는 ▦SK텔레콤 3만9,600원 ▦KT 2만4,000원 ▦LG유플러스 3만원이다.
이동통신업체들이 가입비를 받는 명목은 전산관리비용. 전산시스템에 가입자 정보를 입력하고 유지하는 비용이다. 과거에도 전산관리비용에 과연 이 정도 돈이 드는지 논란이 일었고, 소비자단체 등에선 폐지요구를 강하게 제기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선 가입비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당장 이동통신 3사 합쳐 연간 3,500억~4,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이명박정부에서도 통신비 인하공약 이행을 위해 기본료 1,000원을 내렸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지 않았나"면서 "인위적 통신비 경감은 명백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본료를 1,000원 인하했지만 월 몇 만원씩 통신료를 내는 소비자들로선 부담이 줄어드는 걸 체감할 수 없었던 반면, 이동통신업체들은 연 매출만 6,000억 원 가까이 줄어 수익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동통신업체 이익이 감소하면 투자가 지연되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져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가입비 폐지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가입비는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전체 통신비 인하와는 무관하다는 것. 지난해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자들은 전체 5,300만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1,900만명이었는데 이마저도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납해주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가입비를 내는 이용자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가입비를 없애더라도 이용자들은 체감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동통신업체들은 무엇보다 정치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업체 임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통신비 인하가 거론되는데 공공요금도 아닌 민간서비스 요금을 이렇게 정부가 강제 인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휴대폰 이용주기를 고려하면 가입비 폐지가 전체 이동통신 이용자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미칠 것이란 주장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통 2년에 한 번 꼴로 휴대폰을 바꾸는데 가입비를 없애면 결국 2년에 한 번은 혜택을 보는 셈"이라며 "다만 통신비 인하는 소비자와 사업자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나라와 이동통신업체마다 가입비정책이 다르다.
한편 방통위는 ▦다양한 요금제 도입 ▦가상이동통신망업체(MVNO)들을 통한 저가 알뜰폰 보급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도 통신비 인하방안으로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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