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에 이름을 입력하면 전화번호, 집주소 등이 뜬다. 거리를 지나가는 자동차의 번호판 번호를 입력해도 이름, 나이, 성별, 주소, 혈액형, 자동차 취득일, 사고경력 등 차주의 개인정보를 소상히 알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라면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떠들겠지만 스웨덴에선 가능하다.
핀란드는 '이웃 사촌'은 아니더라도 이웃이 무슨 차를 샀는지, 명품을 구매했는지,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철저히 보호되는 학교성적이나 질병 등 개인사나 사적인 취향과 달리 개인의 수입과 지출 내역은 언제든 공개되기 때문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선 정확한 소득 파악이 필수.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인 과세 자료 등이 비공개이다 보니 실태 파악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정확한 소득 파악 및 공정과세가 개인정보 보호라는 큰 틀에 묶여있어선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복지선진국의 힘은 투명한 과세와 관련 정보의 공유에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보호할 개인정보와 사회적 의무를 위해 공개할 정보로 나눠 접근한다. 아무리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사적 정보와 공공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정부기관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제출하는 개인정보는 '정부'라는 공적 영역에 자신의 정보를 내놓은 것이기에 더 이상 개인 소유의 정보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의 공동 소유라는 법적 기준을 갖고 있다. 핀란드는 국민 각 개인의 세금납부금액을 공개하며, 노르웨이 등에선 옴부즈맨과 주요 언론 등이 전 국민의 소득과 납세내역 데이터로 갖가지 분석을 시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국내에선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선진국 역시 납세정보 공개에 적극적이다. 영국 과세당국은 이미 1911년 전체 인구의 약 0.05%인 고액자산가 1만2,000명의 구체적인 납세자료를 공개했다. 미국은 납세자의 이름 등을 숨긴 채 '마이크로 데이터'(개인별 과세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의 공개는 복지선진국의 기본 조건이다. 투명한 납세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부패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개인정보 보호를 방패 삼아 지하경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들을 숨긴다면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스웨덴은 교회 지출내역은 물론 개인의 세금조차 투명하게 드러나지만 개인의 혼인, 성적, 연애 등 사적인 내용은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실천 의지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