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서 국립대보다 사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인재 양성의 중추역할을 하는 국립대에 소홀함으로써, 정부는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과 지방 공동화(空洞化)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는 서울유학 비용과 사립대의 비싼 등록금으로 지역 서민 가정들이 고통 받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1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1년 교육분야와 과학분야를 통틀어 각종 사업별 지원금으로 4년제 국립대학들은 1조2,968억원을, 4년제 사립대학들은 1조7,342억원을 지원받았다. 2008년과 비교해 국립대는 지원금이 55%(4,584억원) 늘어난 반면, 사립대는 68%(7,003억원) 늘었다. 과학기술부와 재정을 통합하기 전인 2007년과 비교하면 국립대는 81.7%, 사립대는 두 배가 넘는 102.9%가 늘었다. 현재 4년제 국립대는 31곳, 사립대는 156곳이며, 국립대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인건비ㆍ운영비ㆍ시설비 등 경직성 경상비를 제외하고 교육역량강화 사업,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 등을 모두 합친 액수이다.
경상비 지원까지 합칠 경우 2008년 국립대 지원금(3조1,713억원)은 사립대(1조339억원)의 3배였으나, 2011년에는 2.4배(국립대 4조1,737억원ㆍ사립대 1조7,342억원)로 격차가 줄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연구개발(R&D) 공모사업에서 서울지역 사립대들이 많이 사업을 따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도입된 대학교육역량강화 사업을 보면, 정부의 국립대 역차별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매년 대학들을 평가해 2,000억~3,000억원 가량을 나눠주는 이 사업은, 2009~2011년 국립대에 돌아간 몫이 전체의 43~49%였으나 정부는 지난해 평가지표를 수정해 국립대 몫을 줄였다.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교원 확보율 등으로 평가하는데, 사립대와 국립대를 똑같이 평가하면 국립대가 유리하다는 이유로 국립대는 별도의 지표를 만들어 지원금을 전체의 37%로 축소했다.
더구나 이 사업은 대학들이 사용처 제한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지원금이라는 점에서,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 사립대들에게 정부가 용도를 지정하지 않은 돈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의 선정지표에는 적립금 현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둔 이화여대(적립금 6,849억원), 연세대(4,556억원), 고려대(2,502억원) 등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도 대부분 지원을 받았다. 학교 여윳돈을 그 만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립대들이 등록금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더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적립금도 평가하지 않고 사립대에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국립대 지표에는 총장직선제 폐지를 넣어, 지난해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고 버텼던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가 동시에 재정지원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국 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허향진 회장(제주대 총장)은 "국립대들이 서울 지역 사립대보다 정부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연구개발(R&D) 공모사업도 지역 국립대에 대해서는 지표를 달리해서 배려를 해야 수도권 쏠림과 지역 공동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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