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열도 일본에서도 '빅보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대호의 배트가 허공을 가른다. 상대 투수의 공은 시속 20㎞ 남짓. 연신 헛스윙이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다. 4살배기 딸의 강속구(?)를 못 당하겠다는 듯 결국 털썩 주저 앉으며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10일 오전 '딸 바보'로 알려진 일본 오릭스의 이대호가 ㈜청암그룹의 CF를 촬영하면서 벌어진 광경이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혹한 속에서 이어진 강행군이지만 촬영장은 내내 화기애애했다.
이날 CF의 컨셉트는 '딸 바보의 가족사랑'. 당초 실제 딸인 효린이와 찍을 계획도 있었지만 지난주 갓 돌을 넘겨 아직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대역을 썼다. 호흡을 맞춘 김규리(5), 구건민(4) 양은 "이대호 아저씨가 아빠같이 대해 줘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웃었다.
이대호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딸과 자연스럽게 논다는 생각으로 촬영했다"며 "아역 배우들이 많이 도와줘 비교적 쉽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이대호는 개구쟁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대역을 맡은 어린이가 블록 쌓기에 성공하면 마치 홈런을 친 듯 기쁘게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팍팍한 스케줄에 지쳐 투정을 부리면 딸 어르듯 자연스럽게 어리광을 받아줬다. 휴식 시간에는 짬짬이 메신저로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등 이대호의 가족 사랑이 곳곳에서 묻어 나왔다. 휴대폰 배경화면도 아내 신혜정씨와 딸 효린이가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이 깔려 있었다.
이대호가 이번 CF를 하게 된 것은 경남고 재학시절 감독이었던 정연회(69) 전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다. 정 감독이 친분이 있던 ㈜청암 측에 이대호를 모델로 추천한 것. 종합건축자재기업인 청암은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제고에 이대호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기영 경영기획팀장은 "이대호 선수가 일본에서 타점왕 타이틀을 거머쥐고 홈런왕에도 도전하는 등 한국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며 "이런 그의 이미지가 청암 기업의 사시(社是)와도 맞아 섭외하게 됐다"고 말했다.
3월2일 시작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한국대표로 나갈 계획이라는 이대호는 목표를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4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올해 일본리그에서 타점왕 외에 홈런 부문 2위에 오른 이대호는 "올해 시즌에는 30홈런과 3할 타율, 100타점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파주=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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