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서 쿠바계 미국인 시인 리처드 블랑코(44)가 축시를 낭독한다. 미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히스패닉 시인이 축시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그의 시가 미국인의 정체성에 천착해 왔기 때문”이라며 9일(현지시간) 그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블랑코는 쿠바 출신으로 피델 카스트로에 반대해 스페인으로 망명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카스트로와 대립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따서 지은 것이다. 출생 직후 뉴욕으로 건너갔으며 이후 마이애미에서 성장했다. 그는 “쿠바산이며 스페인에서 조립돼 미국으로 수출됐다”고 자신을 소개했으며 다문화 정체성을 주제로 세 권의 시집을 냈다.
그가 갖고 있는 소수인종·이민자 정체성은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두고 인도네시아와 하와이 등을 전전하며 자란 오바마와 통한다. 블랑코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다문화적 배경과 삶의 과정에 친밀감을 느꼈다”며 “그와 정신적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랑코는 “나는 여러 측면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압축”이라며 “취임식에서 내 시의 힘으로 이 국가와 국민을 축원할 기회를 얻어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미 대통령 취임식에 축시 낭독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취임식 때 로버트 프로스트가 축시를 낭독한 것이 처음이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93년 첫 취임식에는 마야 안젤루, 97년 두 번째 취임식에는 밀러 윌리엄스가 초청됐다. 4년 전 오바마의 첫 취임식에서는 흑인 여성시인 엘리자베스 알렉산더가 축시를 맡았다. 블랑코는 그 동안 참여한 시인 중 최연소이며 유일한 동성애자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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