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청년고용을 위한 사회협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청년고용을 위한 사회협약

입력
2013.01.10 12:01
0 0

또 청년들의 구직전쟁이다. 연봉 2,000만원 수준의 대학 교직원 40명을 뽑는데 64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선발된 40명에는 재벌 대기업 경력자와 13명의 석사가 포함됐다고 한다. 경남 창원시의 환경미화원 공채에도 대졸자들이 몰려들었다. 정년이 보장되고 노후 연금만 괜찮다면 직종에 관계없이 청년 구직자들이 구름같이 모이는 것이다.

스펙으로만 따지면 단군 이래 최고를 자부하지만 노동시장에 나서는 순간 88만원 세대로 조롱받는 것이 청년들이 당면한 우울한 현실이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졸업을 늦추고 취업재수를 마다하지 않아, 100만명의 학생이 휴학 중이고 매년 20만~30만명이 편입학을 준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5년 6개월 만에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 잡는데 또 11개월이 걸린다. 그런데도 2년 이상 첫 직장에 붙어있는 청년이 반도 안 된다. 최근에는 3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직장을 못 잡는 청년이 갈수록 늘고 있다. 모든 사람의 일자리가 다 중요하지만 청년실업 문제만큼은 국가적 재난사태라는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 청년은 신선식품과 같아서 유통기간을 넘기면 값이 폭락하고 신규 노동력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때문에 과감한 청년고용 대책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새누리당의 공약만으로는 청년들의 기대를 채워주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묘책이 있을 수 없으며 정부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금 새 정부가 발휘해야 할 리더십은 기발한 메뉴 개발이 아니라, 청년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청년고용을 위한 사회책임을 다 하자는 경제주체들의 합의를 모으는 일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 노동조합이 청년고용을 위해 취해야 할 행동계획을 사회협약으로 구체화하면 좋을 것이다.

협약의 핵심 내용은 향후 5년간 매년 3%씩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노사단체가 실천할 프로그램들이 담겨야 할 것이다. 만약 100인 이상 사업장이 모두 이 협약을 따른다면 최대 12만4,000명의 청년들이 더 취업할 수 있다. 3%의 인력이 모두 필요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에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협약을 준수하는 기업에 세액공제혜택을 부여하여 비용부담을 줄여줘야 할 것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1조8,000억원 규모의 고용창출세액공제제도를 이에 맞게 변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협약을 준수하는 기업의 노조도 5년간 임금인상요구를 최대한 자제해 물가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살려 연장근로를 대폭 줄이는 방법도 있다. 야당의 협조도 필수적인데, 야당은 이미 청년의무고용제를 법제화하자는 공약을 낸 바 있다. 이런 타협이 가능하려면 5년 동안 청년을 위해 특별히 투자하자는 전사회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 5년은 새 정부의 임기와도 같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청년인구의 감소로 5년 후에는 청년고용 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또 사회협약을 통해 청년들이 우선 사회에 뛰어들도록 하는 유인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사회진출을 늦추며 스펙용 시험공부나 하는 것이 취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졸업 후 지역 공동체나 사회서비스 분야 또는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사회적으로 공인하는 절차를 마련하여, 이를 객관적인 자격으로 통용되도록 하면 좋겠다. 공공부문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이들에게 채용 가산점을 부여할 수도 있다.

기업은 인재사관학교다. 특히 좋은 직장에서 일하며 배운 지식이야말로 청년들에게 평생의 자산이 된다. 자기가 키운 인력을 바로 자기가 쓰지 않더라도 산업현장 어디에선가 자기 몫을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투자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그 어떤 사회공헌 활동보다도 존중받아야 할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