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는 개구리가 돼서 뭍으로 나와야 늘 있던 무언가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처음으로 물이 뭔지 이해합니다. 선정(禪定)도 비슷합니다. 깊은 명상 경험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주기 때문이지요."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뒤 불교와 인연을 맺어 세계적인 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는 아잔 브람(62) 스님이 16일까지 동국대에서 열리는 '세계 명상힐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에세이 , 와 명상 안내서 등으로도 유명한 스님은 태국의 고승 아잔 차에게서 남방불교와 명상법을 배운 뒤 호주로 건너갔다. 그가 1980년대 중반 호주 서남부 최대 도시인 퍼스에 연 보디니야나 수행센터는 호주에서 처음이자 남반구 최초의 사찰이다.
스님은 명상힐링캠프에 앞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엇을 위해 명상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자기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 보였다. "컵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팔이 아파 컵을 편안하게 들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내려놔야 합니다. 30초만 쉬었다가 다시 물컵을 들면 훨씬 가볍고 쉽죠. 이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내려놓고 명상할 줄 모르면 다들 피곤해지고 말 겁니다."
그는 "서구에서는 불교와 건강의 관계에 대해 굉장히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불교가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명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인은 가만히 고요하게 있는 법을 모른다"며 "'빨리빨리'만 있고 '천천히'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둘러 일을 하려다 보면 실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갈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스트레스도 적고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사람은 일은 잘 하는데 쉴 때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일 해야 할 때는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쉬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멈춰 서는 것"이라며 "자비심으로 가슴을 열고 기다리고 가만히 있으면 행복과 기쁨이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브람 스님은 이번 캠프에서 참가자들에게 '선정 체험과 실제 깨침'을 주제로 명상을 지도하며 12일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초청 법회에도 참가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