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소설가나 시인들 중에는 마감에 쫓겨서 허둥지둥 글을 쓴다고 하소연을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마감일이 왜 그렇게 늘 급행열차처럼 닥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 속에는 글 쓰는 삶을 택한 그들의 운명적 비애가 스며 있기도 하다.
그들의 너스레를 나 역시 충분히 이해하고 남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어떤 글 속에 작가의 역량의 총합이 제대로 담기기 위해서는 마감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자유로운 상황에서 글이 씌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문학의 자율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문학의 자율성 때문에 생계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한 푼의 수입이 아쉬운 상황에서 글 청탁을 거절할 배짱이 있는 문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원하건 원치 않건 청탁에 응하고 끙끙 앓다가 마감이 닥쳐서야 온 정신을 짜내는 고문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 역시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다.
만약 그들에게 글 쓰는 수입 이외에 다른 고정 수입이 있다면 원하지 않는 청탁쯤은 거뜬히 물리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자기 계획 하에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차분히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정상적인 글쓰기의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 문인들 중에는 정기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직장생활이나 노동을 감내하려는 이들을 갈수록 찾아보기가 힘들다. 무언가 잘못됐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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