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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경험이 디딤돌" 아전인수 고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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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경험이 디딤돌" 아전인수 고용부

입력
2013.01.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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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비정규직)에게는 기간제 경험이 더 나은 일자리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10일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자패널조사' 결과를 이렇게 해석했다. 2010년 4월부터 1년6개월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121만여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회사를 옮긴 비정규직의 임금이 같은 회사를 다닌 비정규직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을 두고 나온 이야기다. 즉 이전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경험 덕분에 월급이 좀 더 높은 '더 나은 일자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정규직의 본질적인 문제와 담당 부처의 책임을 외면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비정규직 중 이직자의 임금이 더 높은 것은 개인적 노력으로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로 옮긴 것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중 일하던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는 4.3%(5만2,900명), 다른 회사로 옮겨 정규직이 된 사람까지 합해도 10.5%(12만6,900명)에 불과하다. 45.6%(55만2,000명)가 이직하는 동안 14%(16만9,400명)는 자발·비자발적으로 실직했다.

이를 두고 정책적 효과인 것처럼 해석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조차 황당해 하고 있다. 한 노동전문가는 "얼마나 내세울 게 없었으면 그걸 기간제 보호법의 성과로 발표했겠느냐"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얼마나 해소됐는지, 차별은 얼마나 시정됐는지가 중요한 것이지, 개인의 노력으로 다른 비정규직으로 옮겨 월급 몇 만원이 오른 것은 정책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지만 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조사결과는 많다. 정규직이 된 노동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고, 이직을 해도 10명 중 7명(28만6,000명)은 역시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했다. 이직자 10명 중 4명(20만7,000명)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직을 해야 했다. 노동자들은 계속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에 떨고 있다. 고용부는 대체 언제까지 궁색한 변명만 늘어 놓을 것인가.

사회부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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