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52) 아나운서에게는 '한국 최초 여성 야구 캐스터' '아나운서를 교육하는 아나운서' '아나운서 출신 연극 배우'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어떤 자리에서든 자신의 아우라를 잃지 않는 당당함은 열 남성 못지 않게 위풍당당한 어머니 엄태임(79)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EBS '어머니 전(傳)'은 11일 밤 10시 40분 서른여섯에 남편을 떠나 보내고 홀로 자식을 키웠던 강인한 어머니를 만나본다.
어릴 때부터 끼가 다분했던 윤씨는 초등 3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학교 방송국 마이크를 잡은 뒤부터 아나운서가 되길 꿈꿨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열 번을 낙방한 뒤 그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자식들을 위해 남편이 남겨 놓은 빚을 갚아가며 모든 고난을 묵묵하게 헤쳐가던 모습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을 찾았다. 그는 무작정 춘천MBC 사장에게 '기회를 달라'며 장장 9장에 달하는 편지를 썼다. 그리고 간신히 허락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8년간의 아나운서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주유소를 운영했던 어머니는 남성들과 부딪힐 일이 많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대한민국 어떤 남성이 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어린 윤씨에게도 여성이라고 기죽지 말고 늘 당당하라고 가르쳤다. 어머니에게 배운 배포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윤영미를 주눅들지 않게 했다. 후배들이 점점 성장하면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던 그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야구 캐스터에 도전한 것은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그는 연극, 후배 양성, 강연 등 각 분야에서 당당함을 뽐내는 것도 어머니에게서 받은 열정 덕분이라고 말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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