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세계에서 유례 없는 독재가 벌어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중요하다."
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 '닳아지는 살들' 등 남북 분단을 다룬 소설을 주로 써온 작가 이호철(81)씨가 10일 북한체제와 국내 지식인들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았다.
이씨는 이날 소설집 (북치는마을 발행) 출간 간담회에서 "북한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재"라며 "최근 김지하씨의 발언에 모두 공감하지는 않지만 북한 독재를 지적하는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이번에 낸 소설집은 1961년 발표한 단편 '판문점'의 속편에 해당한다. 50여년만에 후속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지난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의 충격 때문이다. 경제난으로 비참한 생활을 하는 민중과 대비되는 화려한 장례식과 생전 모습 그대로 시신을 보관한 묘지를 보며 남북문제를 되짚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김일성, 김정일 묘지는)레닌 묘지를 흉내 낸 것인데 레닌 묘를 만든 사람이 스탈린이다"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묘지를 세계에서 유래 없이 부자가 세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설 '판문점'은 주인공인 진수가 내ㆍ외국인 기자들과 판문점 구경을 갔다가 북쪽 여기자가 말을 걸어오면서 느끼는 동질감과 이질감을 그린 분단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번에 발표한 소설 '판문점2'는 반세기를 지나 다시 만난 주인공 진수와 기자 영수가 여전히 진행형인 분단 상황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판문점'을 쓸 때보다 지금 남북관계가 더 나빠졌다고 혀를 찼다. 이씨는 "꿈을 꾸고 나서 자기가 무슨 잠꼬대를 하는지 겁을 내는 곳이 이북"이라면서 "어떤 핑계라도 남북이 만나야 하고 오고 가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소설에서 북한 독재의 해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일본이 바쿠후체제에서 메이지시대로 넘어갈 때 그랬던 것처럼 권력을 쥔 자가 그 권력을 자발적으로 미래 체제에 넘겨주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변화를 고려해가며 남쪽이 북쪽에 적절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좀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작가는 "북한이 가난과 독재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일절 무시하고 남북관계를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다"며 "(남북관계를 말할 때)독재는 안 된다는 것과 중국을 활용해야 한다는 개인적 생각을 녹였다"고 말했다.
팔순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분단문제에 천착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는 건 전쟁과 북한 체제를 겪은 몇 안 되는 작가라는 일종의 역사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이씨는 1950년 인민군으로 참전한 뒤 국군에 포로로 잡혔다 풀려나 이듬해 월남했다. 1974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문인간첩단 사건)로 투옥되는 등 한국 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일들을 온몸을 겪어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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