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꽤 인기를 모은 미국드라마 '어글리 베티'에서 여주인공 베티는 성격 좋고 영리하지만 못생긴 캐릭터로 나온다. 못생긴 얼굴의 상징으로 베티는 눈에 확 띄는 치아교정장치를 하고 있다. 실제로도 치아교정 중인 사람들은 웃을 때나 타인을 만날 때 교정장치가 드러나 종종 불편함을 겪는다. 특히 교정장치를 한 어린이나 청소년은 주변 또래들에게 '철길'이라 불리며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미용 목적이 아니더라도 치아 발달이나 턱 관절 치료 등 의학적으로 치아교정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도 눈에 띄는 교정장치 때문에 치료를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환자들의 이런 불편을 고려해 최근 잘 보이지 않게 만든 교정장치가 주목받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으면 치아교정 중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의 도움으로 환자 맞춤형 치아교정 방식을 소개한다.
안 보이면서 뺐다 끼웠다
일반적인 교정장치 하면 흔히 '철길'을 떠올린다. 치아 앞쪽에 작고 네모진 쇳덩어리가 철사로 연결돼 있는 이 교정장치는 보통 브래킷이라고 불린다. 일정 기간 동안 치아에 브래킷을 붙이고 있으면 이가 조금씩 이동하면서 제자리를 찾아 치열이 가지런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장치가 눈에 너무 잘 띄는 데다 치료를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붙이고 있어야 한다. 음식물이 장치 사이에 잘 끼는데 칫솔질은 쉽지 않기 때문에 관리하는데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 바로 투명 교정장치다. 투명한 강화 플라스틱으로 치아 모양의 틀을 만들어 환자가 스스로 뺐다 끼웠다 할 수 있다. 브래킷을 붙일 필요도 없고 식사나 양치질을 할 땐 잠깐 빼놓으면 된다. 투명 교정장치가 의료계에 선보인 지는 오래 됐지만, 최근 들어 컴퓨터 기술의 영향을 받아 더욱 정교하게 제작되는 추세다.
먼저 환자의 원래 치아 모양을 본뜬다. 이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한 다음 3차원으로 치아들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면서 실제 각 치아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이동이 가능할지를 예측하고, 치료가 끝난 후의 모습도 예상해본다. 컴퓨터가 예측한 결과를 놓고 의학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의사의 몫이다.
이렇게 해서 교정치료 후의 치아 위치나 배열 모형이 컴퓨터 상에서 최종 확정되면 이를 환자 치아 형태에 맞게 일일이 플라스틱 틀로 찍어낸다. 환자는 이 플라스틱 틀을 일정 기간 동안 치아에 끼고 지내는 것이다.
미국 기업 얼라인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투명 교정장치 '인비절라인'의 공식 인증의인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안면치아교정센터 허재식 원장은 "과거엔 투명 교정장치가 치아 여러 개를 한꺼번에 움직이도록 하기 어려웠지만, 이젠 컴퓨터 3차원 프로그램을 이용해 장치를 제작하기 때문에 다량의 치아 이동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치아 안쪽에 붙이되 불편 최소화
투명 교정장치로 얼마나 치료가 잘 되느냐는 사실 환자가 얼마나 꾸준히 장치를 착용하느냐에 많이 좌우된다. 컴퓨터와 의사가 아무리 정확히 예측해 최적의 치아 틀을 만들었다 해도 환자가 잘 끼고 있지 않으면 치료는 더뎌지고 효과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치료 속도나 효과로 치면 끼웠다 뺐다 하는 장치보다 치아에 고정돼 있는 장치가 일반적으로 더 낫다.
또 투명 교정장치는 치아 뿌리를 특히 많이 이동시켜야 하는 환자에게는 한계가 있다. 교정 치료에서 치아가 원하는 자리로 얼마나 잘 이동하는지는 치아 뿌리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뿌리가 튼튼하면 최대 1cm까지도 이동이 가능하다. 허 원장은 "치아의 머리 부분은 이동하는데 뿌리가 쫓아가지 못한 상태에서 (투명 교정)장치를 자꾸 빼면 치아가 옆으로 쓰러지게 된다. 이때 장치가 쓰러진 이를 세워줄 만큼의 힘을 받쳐주지 못하면 교정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계가 적은 방식이 설측 교정장치다. 브래킷을 겉에서 보이는 치아 바깥쪽이 아니라 혀와 가까운 안쪽에 붙이는 것이다. 치료 난이도를 줄이면서 환자의 불편도 덜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혀에 교정장치가 자꾸 걸리면서 발음이 부정확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설측 교정장치 역시 3차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되고 있다. 치아에 브래킷을 붙이는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두께나 간격은 최대한 줄여 치아와 브래킷을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또 과거 교정장치처럼 브래킷 모양을 일률적으로 똑같게 만들지 않고 각 치아의 모양에 맞게 따로 디자인한다. 이렇게 하면 장치가 혀에 걸리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훨씬 줄어든다. 브래킷 재료도 생체친화도와 치아적합도가 높은 금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설측 교정장치는 투명 장치에 비해 칫솔질이 쉽지 않다. 독일 회사 3M이 개발한 설측 교정장치 '인코그니토'의 인증의인 ?원장은 "설측 교정장치를 한 상태에선 장치 모양에 맞게 만들어진 특수 칫솔로 양치질을 꼼꼼히 해야 하고, 장치 사이사이나 장치와 치아 표면 사이를 닦을 때는 치간칫솔을 사용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치아교정은 치료 계획을 세울 때부터 치료 과정, 치료 후 관리까지 꼼꼼히 이뤄져야 하고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경험이 많은 교정과 전공 의료진을 찾는 게 좋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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