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정년퇴직을 앞둔 조남현(65)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근현대 우리 소설을 연구한 굵직한 저작 두 편을 잇따라 출간했다. 개화기부터 해방 이전까지 발표된 소설을 망라한 (문학과지성사 발행, 이하 소설사)와 같은 시기 발간된 문예지를 소개한 (서울대학교출판부 발행, 이하 잡지사상사)이다. 각각 1,423쪽, 1,127쪽 분량의 방대한 저작은 조 교수의 20년 노력의 결실이다.
9일 오후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조남현 교수는 "2008년쯤 출간하려 했지만, 검토할 자료가 대폭 늘어나 이제야 내게 됐다. 어려운 숙제를 한 기분이라 후련하다"고 말했다. "이 책을 쓰다보면 저 책이 걱정되고, 저 책을 쓰다보면 이 책이 신경 쓰이는 겁니다. 1994년부터 일부 연재했던 는 책으로 묶기로 한 2007년부터 거의 다시 썼고요. 집필은 연구실에서, 퇴고와 자료 읽기는 집에서 했는데 그래서 환갑부터 방학에도 꼬박꼬박 학교에 나왔죠."
는 개화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발간된 문예지와 문학 관련 잡지를 총망라한다. 정부가 일본으로 보낸 관비 유학생들이 1895년 10월호로 창간한 (1895년10월~1897년 12월)부터 한국전쟁 직전 창간된 (1949년 8월~ 1954년 3월)까지 모두 130종을 다룬다. 각 잡지의 원문을 인용해 특징과 발표된 대표작품 등을 소개하고, 맨 끝에 '사상의 요체' 코너를 만들어 잡지를 주도한 인물, 추구한 방향 등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조 교수는 "문학사, 잡지사, 사상사가 결합된 연구서다. 각 잡지가 추구한 사상의 알맹이가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책을 쓴 궁극적인 목표였다"고 말했다.
한국 문예지의 특징은 지식인들이 사회 담론을 논하고, 이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한 문학작품을 싣는다는 점이다. 개화기 문학잡지가 창간되면서 시작된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조 교수는 "개화기 잡지는 사상운동이 핵심이며 문학작품을 부수적으로 발표했다. 이런 경향이 1910년대까지 지속되다 최남선에 의해 등이 창간되면서 무게중심이 문학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작품과 문학론만을 다루는 순문예지도 창간된다. 는 이 시기 문학잡지를 순문예지와 종합지로 나눠 소개한다. 종합지는 1920년 창간된 을 비롯해 등으로 정치, 경제, 사회 소식과 담론을 소개하며 문학작품을 발표했다. 순문예지는 등이다. 조 교수는 "이 시기 종합지를 통해 1급의 작품들이 다수 발표됐다. 문학사를 만든 동력은 오히려 종합지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출간된 는 이른바 '본격문학'으로 불리는 순소설만을 검토했던 기존의 문학관에서 벗어나 근현대 한국소설을 시, 소설 심지어 논설까지 확장해 검토한다. 조 교수는 "종합문학의 시점에서 봤기 때문에 한국소설의 기원을 이인직, 이해조의 신소설이 아니라 그 직전에 발표한 신문 논설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독립신문, 매일신보 등 논설에서 동서양 고전이나 소설을 인용해 담론을 설명하는 방식이 많았거든요. 논설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 서사를 이용한 건데, 저는 그 글들을 우리 근대소설의 출발로 봤습니다."
조 교수는 "1급 작가와 작품이 중심 되는 일종의 영웅사관을 포기하면서 작업량이 엄청나게 늘었다"면서 기존 문학사에서 다루지 않은 주변부 작가와 2급 작품도 포함시켰다. 소설가 김훈의 아버지로 일반에 알려진 김광주를 비롯해 김정한 박노갑 백신애 석인해 이무영 이주홍 전무길 정비석 최독견 최인준 함대훈 현경준 같은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작가들을 소개한다. 각 작품의 모티프와 주인공의 성격, 시대상황, 줄거리를 등을 포함한 작품론을 펼쳐서, 궁금한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을 바로 찾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평생 책을 써왔지만 조 교수에서 이번 책은 특별한 감회를 주는 듯했다. 조 교수는 "두 책을 정리하면서 내 근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퇴임을 앞두고 내게 가르침을 준 전광용, 정한모 선생에 대한 고마움이 더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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