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경쟁사 제품의 판매금지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정책을 새로 내놓았다. 마침 삼성전자가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애플 제품의 미국 내 판매 및 수입금지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어서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미 정부까지 '애플편들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9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와 미국 특허ㆍ상표청(USPTO)은 공동정책성명을 통해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경쟁사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를 신청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ITC는 판매금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때 공공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표준 특허 소유권자가 특허침해를 이유로 경쟁사의 제품 판매나 수입을 함부로 금지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즉 표준특허보호 보다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법무부와 특허당국의 판단. 이런 방침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판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ITC는 물론이고 미국 사법부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애플과 소송을 벌이는 삼성전자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표준특허를 침해했기 때문에 판매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ITC는 지난 해 9월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이에 불복해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인데, ITC는 재심의 수용여부를 9일(현지시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ITC의 결정을 하루 앞두고 미 법무부와 특허당국이 '표준특허침해를 이유로 한 판매금지'를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방향을 발표함에 따라, ITC가 삼성전자의 재심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ITC는 예비판정에서 삼성전자의 판매금지요청은 기각하면서도,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제품을 상대로 낸 판매금지요청은 수용했다. 애플은 표준특허가 아닌 디자인ㆍ상용특허 침해를 이유로 판매금지신청을 했는데, 이번에 미 법무부는 디자인이나 상용특허 침해에 따른 판매금지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 법무부가 자국기업 편들기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침은 기업명만 빠졌을 뿐 사실상 삼성전자를 겨냥한 보호무역 조치"라며 "ITC 재심의를 코앞에 둔 시점에 내놓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약 9일(현지시간) ITC 재심의가 기각될 경우 2월6일 최종판정에서 결론이 난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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