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9일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진로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에 5선의 문희상 의원을 합의 추대 형태로 선출했다.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주류ㆍ비주류 간 극심한 내홍 양상이 나타났지만 계파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문 의원 카드로 봉합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이 대선 패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혁신은 뒤로 미룬 채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문 의원의 비대위원장 합의 추대는 그간의 계파 간 갈등의 난맥상을 반영하듯 극심한 진통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전날까지도 당내 주류 측 초ㆍ재선 의원들은 박영선 의원 추대를 도모해 비주류 측과 충돌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오전 중진의원 조찬 간담회에서 16명 참석자 전원이 '대선 패배 책임자 불가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등 당내 분위기는 관리형 중진 의원 추대로 쏠렸다.
여기에 박기춘 원내대표가 당무회의ㆍ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깜짝 추천해 만장일치 박수로 통과시켰다. 연석회의 직전에야 추천 사실을 통보 받은 문 의원은 "자다가 홍두깨를 맞은 격"이라고 말문을 연 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1980년 동교동계로 정계에 입문한 문 비대위원장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와 당의 중책을 두루 맡은 중진 의원이다. 동교동계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회장을 3차례 역임했고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냈다. 참여정부 때에는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뒤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했다.
이르면 3월쯤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한시적으로 당을 관리하게 된 문 위원장은 대선 패배 평가와 전당대회 관리 등에 주력하며 당내 분열상을 수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위원장이 사실상 범친노 인사로 분류되고 있어 대선 패배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강도 높은 쇄신을 단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의원은 "계파 간 이해 관계를 아우르다 보면 막상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원 인선에서부터 계파 갈등이 재연돼 차기 당권투쟁 국면으로 급속히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문 위원장이 과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여러 차례 칭찬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16대 국회에서 박 당선인과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활동을 함께 한 문 위원장은 2002년 한 일간지 기고에서 박 당선인을 "균형감각이나 역사의식이 뛰어나며 한마디로 나무랄 데 없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2005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한나라당 대표를 각각 맡아 파트너로 인연을 맺은 문 위원장과 박 당선인은 당시 "신뢰의 정치를 하자"며 새끼 손가락을 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에는 문 위원장이 대북 특사로 박 당선인을 추천하기도 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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