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한 한국뇌연구원이 올해 연구원 건립을 위한 첫삽을 뜨게 된다. 대구시는 부지매입 중도금 56억원 등 239억원을 확보하고 날이 풀리는 대로 기공식과 함께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구원 측도 전담 연구원 10여명을 선발하는 등 뇌의 신비와 뇌질환연구, 치료제 개발 및 뇌기반교육을 본격화한다는 복안이다.
서유헌(65ㆍ사진) 초대 원장은 "한국뇌연구원은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핵심기관이 될 것"이라며 "동북아 뇌연구 거점의 중심축으로, 세계 10위권 뇌연구 강국을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서 원장을 만나 한국뇌연구원의 역할과 실태, 비전 등을 들어 보았다.
-한국뇌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가.
"인류의 삶은 뇌가 지배한다. 과학의 최후 보루가 바로 뇌이며, 모든 학문의 종착역도 뇌이다. 우리 연구원은 뇌의 메커니즘 등 뇌의 신비와 다양한 뇌질환을 연구하고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정부출연연구소다. 국가 재정 파탄을 초래할 수 있는 치매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소아질환, 학생폭력, 인터넷중독, 자폐증, 우울증, 자살 등 뇌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모든 질환에 대한 연구와 치료제 개발, 뇌과학연구를 기반으로 한 교육 등을 수행한다."
-학생정신보건연구센터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9월 연구원 산하에 센터를 설치하고 청소년 정신보건 향상을 위한 뇌 기반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과 함께 뇌과학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학생 계몽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 관계자들의 전문성을 높여 학교폭력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도 뇌연구기관이 많은 것 같은데, 굳이 별도의 연구원이 왜 필요한가.
"건물과 장비, 인력, 예산을 제대로 확보한 뇌연구소가 없다. 대부분 뇌연구소라는 것이 몇몇 교수들만 모아놓은 형태다. 일본은 도쿄 인근에만 6개의 국가 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뇌연구소가 있다."
-연구원 건립은 어떻게 돼 가나.
"1998년 뇌연구촉진법 제정 후 10여 년 만인 2011년 6월 대구에 한국뇌연구원 유치가 최종 결정됐다. 유치 조건에 따라 대구시가 2018년까지 1, 2단계로 나눠 동구 혁신도시 내 첨복단지 안에 연구원을 짓고 정부는 운영비를 부담하게 된다. 내년에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현재 시내에 임차 빌딩에 있는 연구원도 이전하게 될 것이다. 우리 연구원도 지난해 25억원에 불과한 예산을 103억원 확보했다. 뇌연구소 옆에 줄기세포 관련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병원 유치도 거의 확정 단계다."
-연구원의 핵심은 우수 인력이다. 인력 충원은 어떻게 하고 있나.
"연구원만 올해 10여명, 내년엔 30여명을 추가로 뽑고, 2015년에는 전체 연구원 규모가 150~200명으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뇌연구원의 면모를 갖출 것이다. 전체 연구원 중 외국인 과학자도 20% 이상 뽑을 계획이다."
-단기간에 세계적 뇌연구원으로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첨복단지, 국내외 대학 및 세계적 뇌연구원과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최고를 만들겠다. 국내에선 디지스트를 비롯 포스텍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과 협력관계를 맺겠다. 9월쯤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심사하는 스웨덴 칼로린스카 연구소와 상호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겠다. 나아가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중국(상하이) 등의 유력 뇌연구소와 MOU를 체결할 방침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부설로 돼 있는 뇌연구원의 독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1998년 관련법 제정 당시부터 한국뇌연구원은 독립법인이었다. 이후 다른 국책사업 유치지역 선정 등과 복잡하게 얽히면서 지역-대학과 컨소시엄 형태로 유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올해 안에 원래대로 독립법인화할 것이다.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뇌병원 유치가 필수적인데, 국립암센터 등 연구소는 가능하지만 카이스트 등 대학 부설 연구소는 불가능하다."
-최근 선행학습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행학습 금지를 공약하기도 했다. 선행학습,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우리의 교육은 뇌를 망가지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20년은 성장해야 한다. 이것을 10년으로 압축할 수 없다. 무리하게 하면 뇌세포가 죽는다. 한번 죽은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뇌세포에 적적한 자극을 가하면 회로가 엄청나게 늘어나 그 기능이 수십 수백배 활성화하는데, 이를 가소성이라 한다. 가소성을 극대화하는 교육이 돼야 한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한 미래학자인 앨빈토플러는 '어린 학생들이 밤 11시까지 자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 중 한국계가 중도탈락률이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남보다 먼저, 많이 하려는, 망하는 교육 때문이다."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지려면.
"뇌발달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유아시절에는 영어나 문자교육을 하지 말고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 초등학교 땐 영어ㆍ국어 등 언어와 과학교육이 필요하다.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실험 등을 통해 원리를 터득하게 해야 한다. 잠이 부족하고 아침을 굶으면 뇌 활동에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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