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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현대그룹과 사업까지 결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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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현대그룹과 사업까지 결별하나

입력
2013.01.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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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의 원유수송을 전담하는 해운사가 근 20년만에 현대상선에서 글로비스로 바뀐 것이 재계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계열,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 계열,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의 현대기아차그룹 소속이다. 해당업체들은 이번 계약변경이 '사업적 판단'이라고 얘기하지만, 재계에선 범 현대가의 얽히고설킨 현재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비스는 지난달 28일 오일뱅크 싱가폴과 1조1,110억원 규모의 원유 장기운송계약(CVC)을 체결했다. 계약기간만 10년(2014년 7월~2024년6월)에 이르는 엄청난 물량이다.

원래 현대오일뱅크의 원유수송은 1996년부터 현대상선이 전담해왔고, 현 계약은 2014년 상반기에 종료된다. 하지만 이번에 현대오일뱅크는 20년 가까이 독점적 거래관계를 유지해왔던 현대상선과 결별하고, 원유수송에 관한 한 신생사나 다름없는 글로비스를 선택했다.

때문에 재계에선 과거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그룹이 마찰을 빚었던 사례를 떠올리며, 이젠 사업적으로도 완전 결별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 양측의 관계정리 움직임은 여럿 포착된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해운법에 가로막혀 비록 자격이 박탈되기는 했으나, 발전사 유연탄 수송입찰에서도 현대상선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에 맞서 제안서를 냈다. 또 지분 23.7%를 보유하고서도 지난달 진행된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불참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현대중공업이 2011년 3월 경영권 보호를 위해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려는 현대그룹의 계획에 제동을 걸자,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 5척을 현대중공업의 라이벌인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하기도 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특정 선박펀드에 위임해 모든 절차를 진행했을 뿐 업체 선정과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고, 현대상선 관계자는 "비즈니스 차원의 결정으로 이해하며 현대오일뱅크 물량을 놓쳐도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 덕에 가장 이익을 본 곳은 글로비스이다. 글로비스는 그 동안 현대ㆍ기아차 및 현대제철의 물량에만 의존해와 거래선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대형계약을 따내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비스는 계열사 의존율이 80%가 넘어 일감몰아주기 규제시 타격을 입는 구조였지만 큰 수혜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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