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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소비자 중심의 금융을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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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소비자 중심의 금융을 만들려면

입력
2013.0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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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대선이 끝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짐에 따라 이제 곧 선거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제시한 비전들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로서는 '서민과 소비자가 중심에 있는 금융'으로 바꿔가겠다는 공약에 거는 기대가 큰데, 약탈적 대출이나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법규를 제정하고 소비자의 관점에서 금융수수료와 영업 관행을 재검토하여 정비하겠다는 당선인의 약속이 지켜질 경우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크게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려되는 점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러한 공약보다는 금융부 신설이나 소비자보호기구 분리와 같은 감독체계 개편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감독기구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감독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감독기구를 정부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은 저축은행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금융시스템의 안정뿐만 아니라 소비자보호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붕괴된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금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러한 외관상의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정부와 감독당국의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 금융회사의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는 불가분의 관계로서 동시에 추구해야 할 대상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처럼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에 치중한 나머지 소비자 보호에 소홀해서도 안 될 것이다. 금융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영업행위의 공정성을 확보하며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전체 감독 기능이 유기적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인식 하에 모든 감독ㆍ검사과정에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우선시하는 감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금융상품 심사, 규정 제ㆍ개정, 검사, 민원ㆍ분쟁처리에 이르는 일련의 감독과정에 소비자의 시각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주요 감독 의사결정 과정에 소비자가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소비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조기에 인식하여 대처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도 또 다른 소비자보호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는 길이다.

손에 잡히는 변화를 이루려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증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금융회사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하고, 금융회사에 비해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과도한 입증 부담을 지워서도 안 된다.

또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소송을 통하지 않고도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의 다툼이 해소될 수 있도록 소송 전 분쟁조정을 의무화하고 조정결과에 대해 금융회사가 불복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집단소송의 범위를 금융거래까지 확대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소비자의 권리를 신장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회사들이 협회 등을 통해 업계 스스로의 자율규제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그들의 장기적 생존에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작은 징후들이 포착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변화라 생각한다.

KIKO사태, 저축은행 사태, CD금리 담합 등에 따른 상처를 그대로 안고 있는 금융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은 변화이다. 감독기구의 외형만을 바꾸는 표면적 변화가 최소한 새 정부의 금융정책의 최고 우선순위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의 우선순위는 소비자를 중시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고 소비자가 노후를 대비한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본시장을 육성해야 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실용적이고 근본적인 변화이다.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치를 검토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측면의 근본적 개혁이 뒷받침된 연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한국증권학회장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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