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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역사 심층 조망… 노동자 교과서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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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역사 심층 조망… 노동자 교과서 됐으면"

입력
2013.01.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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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수(76)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은 한국노총 정책실장과 민주노총 지도위원 등을 지내 '노동계 대부'로 통한다. 30여 년간 노동운동을 하고 참여정부 땐 노사정 위원장과 KBS이사장까지 역임한 그가 현장 노동운동가와 지도자들과 함께 를 펴냈다. 2,000여 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분야별 노조간부 50여명이 6년 가까이 세미나를 열어 토론한 결과물이다.

8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노동계의 대부'는 무슨… '꼰대'나 '노털'이라면 몰라도"라며 손사래를 친 후 책을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사안을 파고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에 비춰 현재를 생각해 보는 게 참된 공부가 되는 겁니다. 촛불시위나 진보정당 분열, 노동운동 침체 등을 이야기 하지만 결국 저마다 생각이 다르거든요. 여럿이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생각이 다르구나 하는 걸 느끼는 게 큰 공부죠. 노동자들의 교과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펴냈습니다."

책은 산업혁명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세계 각국의 노동운동을 다루고 있다. 몇 개국에 초점을 맞춰 피상적으로 훑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발전 단계별로 노동운동의 양상과 사건, 의미 등을 심도 있게 담았다. "2007년부터 10명 안팎이 매주 모여 함께 공부를 해왔어요. 지금 5기가 꾸려져 세미나를 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토론 내용이나 저자의 의견을 첨가하지 않았지만, 지금껏 세미나에 참여한 56명의 땀과 노력이 담겨 있다. 이들과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러다이트 운동'이란 게, 중고교 교과서에서 기계파괴운동으로 번역해서 가르치고 있어요. 그런데 단순히 기계를 파괴한 게 아니라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성격을 갖거든요. 또 71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70일간 노동자들이 도시를 점거하고 노동자 계급 자치를 실행에 옮긴 파리코뮌의 의미도 다시 봐야 하고요…."

한진중공업과 쌍용차 사태 등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해를 거듭해 온 사안에 대해선 "이렇게까지 된 것은 노동자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노동 세력 강화가 결국 전체 국민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언론에 비치는 노조는 맨날 투쟁하고 트집만 잡는 존재인데, 실상 노조가 힘이 있으면 입으로 악을 안 써도 됩니다. 갈등이 발생해도 지금처럼 기업이나 정부가 방치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려고 하겠죠."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10%정도로, 20~30%에 이르는 선진국과 비교가 안 되게 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그는 "노조 역시 개별이 아닌 산별로 뭉치고 지향하는 노선이나 전략 목표를 확고하게 해야 한다"며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비정규직이야 늘 있었던 문제지만 지금은 10여 년 전과 비교할 때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의 희생이 컸던 이명박 정부와는 좀 다른 양상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노조의 각성도 촉구했다. "죄 지은 것도 없이 노조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욕먹는 현실을 바꿔야죠. 노조 역시 사회적인 이미지나 권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조합원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나라 노동운동이 지향하는 노선이나 전략 목표가 확고해야 하고, 노동자 정당이 그런 사회가 어떻게 가능한지도 제시해야 합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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