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축구 대통령'을 뽑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야권의 대표주자는 '축구 권력 승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은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공식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몽준 회장과 조중연 회장이 20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외적 성장을 이룬 건 분명하다. 하지만 잘못된 행정 체계로 인해 내적인 면에서 침체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내부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과 비리 직원의 위로금 지급 사건 등으로 지탄을 받았고, 도덕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이로 인해 차기 '대권 후보'들은 하나 같이 '개혁, 소통, 화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가(家)의 일원인 정몽규 전 프로축구연맹 총재도 '내부 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허 회장은 20년간 장기 집권한 '현대가(家)'가 또 다시 세습을 시도하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누가 봐도 (현대가)세습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정몽규 후보가 자격이 없다는 게 아니다. 정말 개혁을 원한다면 가족(현대가)이 계속해서 정권을 잡는 건 본인들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답하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정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또 내실을 다지고 조직 개편을 통해 축구인프라를 탄탄하게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허 회장은 "정 후보가 축구 산업의 성장을 정책으로 내세운다는 것을 봤는데 한국 축구의 내실이 탄탄하게 다져져야만 발전도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 인프라 확충으로 한국 축구의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며 '외적 성장'보다 '내적 성장'을 강조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 설계를 위해 ▲선진 행정 및 국제 협력 ▲축구인 교육과 복지 증대 ▲경기력 강화 ▲축구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및 저변 확대 ▲깨끗하고 건강한 재정 등을 6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중 저변 확대를 중점으로 뒀다. 4년 안에 협회의 등록선수를 현재 3만6,000여명에서 2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현재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서도 국내의 등록 선수가 너무 적다. 4년 안에 20만 명으로 늘리고 향후 100만 명까지 확대하는 10년 프로젝트를 재임 기간에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1997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그는 "지난해 조중연 회장을 지지했던 5명의 대의원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저를 찾아와 한국 축구의 심각성을 얘기했다"며 출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저 축구인으로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선배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욕심 없이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평생 축구인'이라고 강조한 허 회장은 보성고-연세대를 거쳐 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코칭 스쿨을 이수해 코치 자격증을 땄고, 축구협회 국제담당 이사(1980~82년)와 국제담당 부회장 겸 상비군관리위원장(현 기술위원장ㆍ1990~91년)을 지낸 축구인 출신 기업가다.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오는 28일 대의원 24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김석한 전 중등연맹 회장이 이날 1호로 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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