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초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미국업체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이 북한 외교부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이들은 방북기간 북한의 인터넷 현황과 식량 등 경제사정을 살펴보고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의 석방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오늘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을 경유해서 귀국한다. 이들 일행의 방북이 얼마만큼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방북 결과를 들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방북단의 단장격인 빌 리처드슨은 이번 방문이 개인적이고 인도주의적 목적의 방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등으로 미루어 방북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북은 몇 가지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첫째, 방북 시점이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2기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고 한국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어 정권 인수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리고 유엔안보리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문제가 논의 중인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북한이 새해 벽두에 오랫동안 북한과의 대화통로 역할을 해온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 함께 구글 회장의 방북을 초청한 것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최초의 미국 민간 대표단의 방북이라는 점에서 향후 북미대화의 여건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북한 보도매체가 "빌 리처드슨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구글회사 대표단"이라고 보도한 것처럼 이번 방북의 주체는 구글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왜 구글을 초청했을까. 김정은 체제 출범이후 북한은 '새 세기 산업혁명을 통한 지식경제 강국 건설'을 경제 정책의 역점과제로 삼아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글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금은 인터넷을 통하지 않고서는 국제적인 경제협력이나 무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전문가 양성과 인터넷 환경의 조성이 북한으로서는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미국정부의 입장이다. 미 정부는 시기상의 이유로 구글대표단의 방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방북이 미국무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면서도 미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여행과 관련하여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하였는가하면 이번 대표단 방북의 중개역할을 했던 토니 남궁 박사는 약 두 달간에 걸쳐 북한과 사전 협의를 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과 함께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석방문제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미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구글회장의 방북은 인터넷의 자유를 존중하고 정부 통제를 반대해온 미국 정부의 입장과 부합되기도 한다.
구글 대표단의 방북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의 수준과 식량사정 등 경제상황과 북한의 개혁‧개방의지를 파악하고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의 석방문제를 협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북한의 개혁 개방으로 돌려놓을 수 있고 오바마 2기 정부의 외교안보팀에 대화파가 전면 포진하는 상황에서 북미대화의 여건 조성에 기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북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미묘한 시기에 세계 최대의 미국 인터넷 기업의 대표가 평양을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분야 협력은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서도 우리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새 정부는 우선 '5ㆍ24 조치'로 방북이 중단된 우리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처럼 압박과 제재에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신뢰구축 프로세스에 맞추어 개입정책으로 전환할 것인가. 새 정부는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봉조 극동대 교양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