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올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가장 큰 기대가 쏠려 있는 연주회다. 이번이 첫 방한인 122년 역사의 시카고 심포니는 2008년 영국 클래식 음악 평론지 이 선정한 '세계 톱 5 오케스트라'에 이름을 올린 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다. 또 2010년부터 이 악단의 음악감독을 맡아 함께 내한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리카르도 무티(72)는 런던필(1972~82년)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1980~92년), 라 스칼라 극장(1986~2005년) 음악감독 등을 지낸 명지휘자다. 2004년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이후 9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게 된 무티를 이메일로 미리 만났다.
그는 우선 단원들과의 끈끈한 유대를 강조하며 이번 내한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새로운 생각을 따라야 하지만 동시에 지휘자도 악단이 구축한 오랜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단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며 "시카고 심포니는 약점이 없는 교향악단"이라고 말했다. 이런 믿음 덕분인지 시카고 심포니의 기부금과 공연 입장권 수입은 그의 취임 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그는 "대중은 새로운 것에 쉽게 열광하는 법"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는 고전, 낭만주의는 물론 현대음악으로까지 시카고 심포니의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도 19~20세기를 넘나든다. 그는 6일 연주할 스트라빈스키 '요정의 입맞춤' 중 '디베르티멘토'와 부조니의 '투란도트 모음곡'을 "악단으로서는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지만 20세기 음악의 두 거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7일에는 베르디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서곡,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와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을 들려준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지만 어린 시절 그는 단 한 번도 지휘자의 꿈을 꾼 적이 없다고 한다. "음악이 인성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었던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작곡, 지휘를 익히게 됐다. 나폴리 출신인 그는 "이탈리아 남부에서 직업 음악가가 되는 것은 달에 가는 일만큼 희귀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런 그에게 성공 비결은 결국 끊임없는 공부다. "모든 지휘자는 작곡 기법을 매우 잘 알아야 하고 나는 10년 간 작곡을 공부했지만 불행하게도 이것은 요즘 매우 드문 일이 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요즘 젊은 지휘자들은 화성, 대위법, 편곡 공부에 시간을 쏟기보다 포디엄(지휘대) 위에서 만드는 겉모습에 더 흥미를 보입니다.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말을 빌리자면 박자를 맞추는 일은 당나귀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음악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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