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가 쿠바에서 암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8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서신에서 "수술 후 회복 기한을 취임식 이후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대통령은 10일 의회에서 취임선서를 할 수 없게 됐다"며 "나중에 대법원에서 취임선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취임 예정일이나 차베스의 상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차베스가 사실상 유고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은 위헌적 조치라며 반발했다. 설사 대법원에서 취임선서를 하더라도 헌법에 국회 선서일로 명시된 10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 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분명한 사실은 헌법상 차베스의 현재 임기가 10일 종료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인사들은 차베스가 후계자로 지목한 마두로를 비난하고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카베요를 편들며 여권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오마르 바르보자 의원은 "차베스가 회복될 동안 90일 간의 임시 유고 기간을 정하고 카베요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프릴레스는 군인 출신인 카베요의 권력기반인 군부와의 회동 사실을 밝히며 "국군이 헌법 수호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주장했다.
남미 좌파 정상들은 차베스 지지 행보에 나섰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10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차베스 지지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방문해 차베스를 문병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중남미 반미 블록을 추구해온 차베스 정부와의 긴밀한 외교·경제적 관계를 차베스 유고 시에도 계속 이어가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차베스는 2011년 6월 쿠바 방문 도중 골반 부위에서 종양이 발견돼 처음 수술을 받았으며 지난해 12월 네번째 암 수술을 받은 뒤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위중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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