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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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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2013년

입력
2013.01.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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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후배 둘과 술을 마셨다. 서른을 넘긴 남자 셋이 하는 자리가 의례 그렇듯 서로 넋두리를 들어주며 술잔이 오가는 자리였다.

이십대 초반 셋은 원대한 꿈이 있었다. 전업으로 작가의 삶을 사는 것. 우리가 읽었던 책의 저자들처럼 고풍스러운 엔틱 가구로 꾸며진 서재에 앉아 집필에 열중하는 자신의 사진을 한 장 가지는 것, 그게 우리의 꿈이었다.

그렇게 십년, 우리는 우리의 꿈대로 작업만하는 전업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작업의 본질은 꿈꾸던 것과 많이 달라졌다. 열심히 하면 자연히 따라올 것만 같았던 먹고 사는 일이 꿈을 전복해 버린 게 현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십년 전의 꿈은 정말 원대하기만 했다고 우리는 입을 모았다. 서글픈 일이다. 서른을 겨우 넘긴 우리는 현재 개인 작업을 하기위해 돈이 되는 작업을 하청 받는 생계형 노동자로 살고 있었다. 술자리가 기울고 몇 병의 취기가 우리에게 더해졌을 즈음 후배들은 이제 그만하고 진짜 돈을 벌겠다고 선언했다. 새해가 되면서 한 사람은 보습학원에 한 사람은 기업에서 경영하는 이벤트 공연의 무대감독으로 취직했다. 후배 중 한 명은 연극대본을 썼었고, 한 명은 뮤지컬 대본을 썼었다. 작업이 들어오면 하루에 8시간 씩, 대략 3개월을 하면서 받는 돈은 생활비로 쓰기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그래도 그들은 작업을 하고 있다는 보람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하청을 내리는 사람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둘은 '작가' 가 아닌 대리 집필자 혹은 기획사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기획공연에 필요한 부품이었다. 회의라는 명목아래 진행된 것은 대부분이 모욕이었고, 정해진 시간 안에 돈 냄새가 나지 않게 쓰지 못한다는 것은 곧 작가의 능력부족이었다. 이것이 문화를 장사와 동등하게 생각하는 현실이다. 나는 그들이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상과 꿈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더 해보라고 독려할 수 없는 것은 당장 필요한 돈이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집세, 핸드폰 요금, 식비 등등 2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그들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통장 잔액은 그들에게서 개인 작업시간을 빼앗아간 지는 오래됐다.

지금 현장에는 스타들이 넘쳐나고 있다. 예술계에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작가가 기업의 거대한 광고판이 되었다.

예술이 주로 자본의 카테고리 안에서 특정장르로 혹은 특정작가로 한정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지금 이 시대의 문화라고 부른다. 이런 판도의 특성상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신예예술가들이 설 만한 무대가 없다. 예술을 하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주목을 받아야 하고, 주목을 받기 위해 하는 작품은 개인 성향을 무시해야 기회나마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젊은 작가들은 자판기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구매자의 동전을 받아 구매자의 취향에 맞춰 창작할 수밖에 없다. 예술가들이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작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문화가 획일화되어 다양성이 깨지면 이윤추구만 남는다. 문화는 사라지고 산업만 남는 것이다. 그 안에서 작가의 특성보다는 작가의 상업적 가치만 판단된다. 음식으로 따지면 깊은 맛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화학조미료만 남는 것이다. 새로운 정권의 복지 정책을 보면 알록달록하고 예쁘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편향된 문화를 팔기 보다는 좀 더 다양한 문화를 기부하는 것도 훌륭한 복지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에는 아직 조명을 받지 못한 젊은 많은 예술가들을 위한 커다란 등대가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험한 바다에서 암초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항해할 수 있도록 안전함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국가에서 만들었으면 한다.

천정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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