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불광역에서 오금 방향으로 3호선을 탈 때마다 자주 만나는 동행자가 있다. 그는 안타깝게도 우리들이 흔히 '난쟁이'라고 함부로 부르는 왜소증을 가진 장애우이다.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은 그와 마주치는 것 같다.
그의 키는 안타깝게도 1미터가 조금 넘을 뿐이다. 그는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단단히 균형을 잡고 서 있다. 작은 신장 탓에 시야가 거의 가리는 상황에서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자명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내리는 역과 출구도 그의 동선과 정확히 겹친다. 안국역 6번 출구. 그는 다행스럽게도 매일 아침에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장애우들의 취업이 유독 어려운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그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그를 만났다. 지하철이 안국역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그가 서둘러 먼저 내리고 내가 그를 따라 내렸는데, 내가 처음부터 앞서 가면 모를까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나는 그를 앞지를 수가 없다. 평소 빨리 걷는 버릇이 있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여유를 부리는 셈이다.
어쨌거나 그를 만나는 아침이면, 무언가 죄스럽고 민망한 기분이 감정의 골을 가득 메운다. 이 알량한 양심과 윤리로 삶에 드리운 겨울의 강을 건너가고 있다. 오늘 하루 그에게 영광 있기를. 내 마음속 연민과 안도 사이에 놓인 비겁의 징검다리를 본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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