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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도 하고 기업도 키우고 EDCF 재정 확대 없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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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도 하고 기업도 키우고 EDCF 재정 확대 없이 가능

입력
2013.01.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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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부의 메콩강 지류인 하우(Hau)강에는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지원하는 사장교인 밤콩 교량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 연장 2.97㎞의 교량이 올해 상반기 착공돼 2018년 3월 완공되면 강을 끼고 동서로 분리된 이 지역의 농산품 등 물동량이 대폭 증가하고, 메콩강 유역국가인 태국, 캄보디아와의 교역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교량 주변에는 산업단지도 조성될 계획이어서 베트남 남부의 산업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에 투자된 EDCF 규모는 약 2억달러. 상환기간 40년인 유상원조이지만, 이자가 연 0.05%에 불과해 사실상 '퍼주기' 식의 무상원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 기업에게도 이익이다. 설계는 물론 조만간 시행될 건설사 입찰도 국내 기업으로 한정된 구속성(tied)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 투입으로 베트남에 인프라 건설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면서 우리 기업의 개도국 진출도 돕는 일석이조의 사업인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EDCF가 지원한 국내 기업은 1987년 이래 208개사에 이른다.

EDCF를 통해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영역을 넓히는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실제 GS건설과 남광토건은 2억달러의 EDCF가 투입된 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 건설사업(총 건설비 17억달러) 2개 구간에 참여하다 각각 1개 구간(총 2억5,200만달러 규모)을 추가 수주했다. 베트남 정부가 뛰어난 건설능력을 인정해준 결과다.

문제는 EDCF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세계은행(WB)이 추산한 개발도상국 인프라 수요는 연간 9,000억달러에 달하지만 EDCF의 올해 예산은 6억달러 남짓(6,686억원)에 불과하다. 10억달러를 훌쩍 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국민세금인 EDCF 규모를 대폭 늘리기에도 한계가 있다.

개발금융 위주의 원조정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출연인 기존 EDCF에 정책기관인 수출입은행의 보증과 준상업차관(연 4~5%인 일반 상업차관 금리보다 저렴한 2~3%의 차관), 민간 지분투자나 출자 등이 더해지는 개발금융은 재정투입 확대 없이도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적합한 자금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각각 145억달러, 130억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투입한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원조 대부분이 이런 형태의 개발금융이었다.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이들 국가가 개발금융에 치중하는 이유는 포화상태인 자국 시장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개도국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개발금융을 통해 원조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개발금융 시대를 열어 저소득국의 빈곤감소와 대한민국의 일류국가 도약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행장은 "대외의존도가 90%를 넘고 우리 수출비중의 70% 이상이 개도국인 상황에서 개도국 경제성장은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라며 "수은의 금융 노하우와 원조 노하우를 결합한 개발금융으로 우리 중소기업의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간다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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