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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배추 해외 진출 …김치 종주국 위상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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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배추 해외 진출 …김치 종주국 위상 재정립

입력
2013.0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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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연구 항암배추 개발… 해외 종자 판매 요청 쇄도

중국 현지 시험재배도 한창

암세포 성장 저지효과 등 미국 유명대학과 연구 추진

"노벨상 도전 꿈은 계속"

"머지않아 한국산 항암배추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겁니다."

8일 충북 증평군 도안면 제일종묘농산 하우스육종장에서 만난 박동복(58)대표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항암배추 종자를 보내달라는 각국 바이어들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항암배추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암배추는 이미 해외 종자시장에서 그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 농장의 재배를 거쳐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이 시작됐고, 종자 강국을 자처하는 일본에서도 굴지의 채소육종회사에서 종자 구입을 요청한 상태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도 앞두고 있다. 현재 허난(河南), 허베이(河北), 윈난(雲南)성 등 4곳에서 수출을 전제로 한 시험 재배가 한창이다.

항암배추는 박 대표가 13년의 연구를 거쳐 개발한 세기의 신품종이다. 배추와 순무를 종간 교잡해 암을 억제하는 베타카로틴과 글루코나스투틴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베타카로틴, 글루코나스투틴 모두 일반 배추에 비해 무려 30배 이상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학 연구팀에 의해 간암 유방암 피부암 세포의 성장저지 효과가 실제로 입증되기도 했다. 병충해와 내한성이 강해 재배가 쉬운데다 김치로 담그면 저장성도 뛰어난 장점도 있다. 이런 탁월한 효능과 품질을 해외시장에서 먼저 인정했다.

그는 항암배추의 해외 진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김치 주재료인 배추가 차이니스 캐비지(Chinese Cabbage)로 명명돼있어 많은 세계인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이 진정한 김치 종주국이 되려면 우리 토종 종자인 코리언 캐비지(Korean Cabbage)로 김치를 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항암배추 영어명을 코리안 캐비지로 명명했다. 그는 "항암배추가 퍼져나가면 우리의 종자주권과 김치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저절로 세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암배추는 한국산 토종 배추종자를 갈구하던 그의 집념에서 탄생했다. 신품종 배추종자 연구에 골몰하던 그는 1998년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당시 유럽인들이 항암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순무를 즐겨 먹는 것에 주목했다. 순무와 배추의 교배를 통해 기능성 항암배추를 만들어보기로 마음먹고 연구에 착수했다. 무와 배추의 종간교잡은 애초부터 성공률이 희박한 도전. 예상대로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식물은 기다려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긴 연구 과정에서 다른 신품종들이 쏟아져 나왔다. 항암 성분이 다량 함유된 쌈배추를 연구 7년만에 개발하고, 혈당을 낮추거나 조절하는 기능성 물질이 일반 고추보다 5배나 많은 당조고추도 선보였다.

이렇게 개발한 종자가 300여종에 달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농업전문가 출신이 아니다. 청주상고와 청주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대기업에 취직, 전문경영인이 되는 꿈을 꿨다. 그러다 회사가 해체되는 풍파속에 한 종묘회사로 이직했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종자 하나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참 매력적인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고향에 육종장을 마련한 그는 1991년 제일종묘농산을 차리고 신품종 종자 연구를 시작했다.

농대 출신이 아닌 그가 2005년 항암 쌈배추를 처음 내놓았을 때 업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시기와 질투도 이어졌다. 이에 오기가 생겨 독학으로 종자부문 자격증 5가지를 모조리 취득해버렸다. '미친듯이'공부하고 연구해 신품종을 쏟아내는 그에게 정부는 2009년 대한민국 종자명장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요즘에는 잠이 잘오는 상추, 성기능 개선에 도움되는 고추 등 더 '톡톡튀는'기능성 종자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제가 농대를 나왔으면 아마 항암배추가 탄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일에 도전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박대표는 올해 또 다른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항암배추로 노벨상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유명 대학과 공동으로 항암배추의 성분 분석, 암세포 성장저지 효과에 대해 연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재 항암배추의 우수성을 인정한 미국내 3,4개 대학과 접촉 중이다. 그는 연구결과 내용을 세계 유수의 학술지에 실을 예정이다.

"항암배추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세계인의 건강에 이바지하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종자연구를 해왔던 것처럼 뚜벅뚜벅 나아겠습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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