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말씀이 없다. 대변인에게 물어 봐라."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이 취재진만 만나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인수위가 들어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선 각종 회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인수위원들은 회의 내용에 대해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철통 보안'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첫 회의에서 인수위 비밀이 누설되면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수위원들과의 전화 연결도 어렵다. 인수위원들이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다거나 간혹 기자와 연결이 되더라도 "통화할 수 없다"며 서둘러 끊기 일쑤다. 어떤 인수위원은 아예 "말씀 드릴 수 없다. 죄송하다"는 내용의 자동응답 메시지를 설정해놓는가 하면 다른 인수위원은 아예 비서에게 전화를 맡겼다.
때문에 인수위원들이 출퇴근을 하거나 식사하러 건물 앞에 나타날 때마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우르르 몰려가 길을 막고 이야기를 들으려는 것은 일상적 풍경이 됐다. 한 여성 인수위원은 취재진을 피해 전력 질주를 하다가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결론이 나지 않은 내용이 보도돼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피드백을 강화하기 위해 부대변인 2명을 합류시켜 공보 기능을 원만하게 이끌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중간 브리핑 개념으로 분과위 간사와 인수위원들이 기자실을 찾아 직접 회의 내용을 설명하도록 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언론 취재의 지나친 제약은 국민 알 권리를 소홀히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도 8일 한 방송에 출연해 "결론이 나지 않은 것들이 미리 알려지면 오해도 일으키기 때문에 보안이 필요한 측면은 있다"면서도 "가능하면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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