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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할부 중단 혼선… IC카드 악몽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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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할부 중단 혼선… IC카드 악몽 잊었나

입력
2013.01.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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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직생활의 치욕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3월 궁지에 몰렸다. 당시 금감원은 마그네틱(MS)카드를 직접회로(IC)카드로 전환한다며 MS카드의 현금입출금기(ATM) 사용을 제한했다. 갑자기 돈을 찾을 수 없게 되자 혼란에 빠진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전환조치를 사전에 몰랐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신문을 보고 버럭 화를 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금감원은 "최근 5년간 카드 불법복제 피해액 300억원이 모두 MS카드 소지자에게 벌어져 소비자 보호차원"이라고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금감원은 나흘 만에 백기를 들고, 관련 조치를 3개월 뒤로, 다시 2년 뒤로 미뤘다. 금융당국 수장에겐 굴욕이 아닐 수 없다.

IC카드 전환 연기는 정책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웠다. 실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간과한 채 은행에 홍보스티커 몇 장 붙이라는 지시로 일관했던 탁상행정은 아무리 좋은 명분을 갖추고 있어도 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초부터 신용카드 회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무이자할부 중단 사태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음을 확인시켜준다. 이번에도 사태 해결에는 뒷짐을 쥔 채 "무이자할부에만 1조2,000억원 낭비" "현금 및 체크카드 사용자와의 형평성 고려" "35년 만의 수수료 개편에 따른 정상화 과정 또는 성장통" 등 대의명분만 읊조릴 뿐이다. 소비자 불편에 대한 해법과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공교롭게도 35년 만의 수수료 체계 개편 및 관련 법 개정 작업은 작년 3월부터 이뤄졌다. IC카드의 악몽을 잊지 않았다면 무이자할부 중단에 따른 민원과 불평은 미리 예상하고 충분히 준비할 기간이 있었던 셈이다. 이번에도 결국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봉으로 만들었다.

사실 할부 이자가 그리 큰 부담은 아닐 수 있다. 수익자 부담 원칙도 맞다. 하지만 10년 넘게 무이자할부라는 소비습관에 길들여진 서민들은 당장 설과 신학기가 두렵다. 무엇보다 '법만 있고 행정은 없는' 금융당국의 수수방관이 무섭다.

"작년엔 윗사람이 IC카드가 없어서 화를 내자 바뀐 거겠지, 높으신 분들이 일시불이나 현금으로 결제하지 설마 우리처럼 할부하겠어."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이번 무이자할부 중단 조치는 지난해 IC카드 교체처럼 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금감원은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고찬유 경제부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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