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병사 복무기간 단축 공약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병역자원 부족 및 군 전투력 약화가 예상되고, 1조원이 넘는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공약 이행 방안을 고민해야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11일 국방 분야 업무보고를 할 때 병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부사관 증원과 관련 예산 확보의 필요성 등을 언급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병 복무기간을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육군 기준)로 줄일 경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 평균 2만7,000명의 병역 자원이 부족해진다. 특히 출산율 저하의 영향으로 2020년 이후에는 2029년까지 매년 부족한 병역 자원 규모가 6만~6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병역 자원 부족 문제는 부사관 충원으로 해결한다는 게 박 당선인의 구상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위 간사는 전날 "올해 2,000명 증원을 시작으로 매년 2,000명씩 부사관을 늘려가면 박 당선인 임기 내 병 복무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사관을 모두 1만명 가량만 늘리면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군의 시각은 다르다. 증원 인력이 3만명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부사관을 3만명 늘리면 인건비로 7,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며 "부사관에게 제공되는 간부숙소 증축비 등 복지비용까지 합칠 경우 소요 예산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 봉급 인상, 제대병에게 지급하는 복무보상금(희망준비금) 등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이다. 병 봉급을 2배로 올리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이 지켜지려면 연간 5,000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또 연간 제대하는 병사가 25만여명인 점에 비춰보면 희망준비금을 1명당 100만원씩 지급할 경우 매년 2,500억원의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직업군인의 계급별 정년 연장을 검토한다는 공약도 군으로서는 고민이다. 대위로 40대 중반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되면 피라미드 식인 계급별 군 인력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한데다, 당장 소요되는 인건비는 물론 퇴직 후 지급되는 연금비용까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 예산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만큼 공약 이행 예산 책정의 반대급부로 전력 증강 등 방위력 개선이나 군 복지를 위한 예산이 희생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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