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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딸 채용 후 퇴직… 징계도 못하는 사학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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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딸 채용 후 퇴직… 징계도 못하는 사학 비리

입력
2013.01.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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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립 D여자정보산업고의 2008년 말 영어교사 채용 면접장에 아버지와 딸이 마주앉았다. 아버지는 교장, 딸은 지원자 33명 중 한 명이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면접점수 최고점을 줬고, 딸은 이듬해 3월 교사로 채용됐다. 교장은 필기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은 지원자에게는 면접 최저점을 줘서 낙방시켰다.

이 웃지 못할 사학비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서울시교육청 종합감사를 통해 4년 만에 밝혀졌다. 사립 초중고에도 정부가 인건비ㆍ운영비를 지원하지만 교장ㆍ교직원 채용과 인사는 재단 자율이어서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과부는 당시 D고 교장을 파면이나 해임, 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에 처하도록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했다고 8일 밝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교장은 딸을 채용한 뒤 자리에서 물러나 징계를 받지 않아도 된다. 딸은 법적으로 징계할 방법이 없어 계속 교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돈을 줬다던가 하는 게 아니면 징계를 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고 말해, 법령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될 것을 알고도 친인척을 편법 채용하고, 채용자는 사직하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에서 함께 적발된 서울 강남의 유명 사립 E여고 이사장 김모씨는 교사 채용시험 출제를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 맡겼고, 이 과정에서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됐다. 학원 강사들이 시험 출제와 감독, 채점을 담당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6명을 채용했다. 이들 중 미술교사로 채용된 여성은 김 이사장의 조카며느리였고, 조카며느리가 치른 시험문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임용고시 기출 문제에서 그대로 출제됐다. 답만 외워도 합격이 가능했던 셈이다.

교과부는 다른 교사 채용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해 김 이사장과 이 학교의 다른 이사 1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대검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모 구청장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며, 서울시 사립초중고 법인협의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노년환 전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 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사립학교 채용 비리는 출신 대학에 따라 '교사 채용 가격'이 형성돼 있을 정도"라며 "명문대 출신은 5,000만원, 지방대는 1억~1억5,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사위원회가 잘 돼 있거나 전교조 교사가 많아서 감시장치가 있는 곳은 그나마 깨끗한 편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대부분 이사장 족벌이거나 같은 편으로 거의 비리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서울지역은 금품과 관련된 비리는 줄었지만 재단과 관계 있는 가족을 채용하고, 종교재단인 경우 교인의 자제를 뽑는 식의 비리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노년환 전 위원장은 "신규교사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있다. 강원, 경북지역에서는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위탁 채용하고 있는데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교육청이 채용 보고를 받을 때 관리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시교육청 감사에서 걸러졌어야 할 것들이었지만 교과부가 별도의 경로로 포착해 뒤늦게 적발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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