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 중인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은 8일 북한 최고 명문인 평양 김일성종합대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이들은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이 교내 전자도서관에서 미국 코넬대 웹사이트에 게재된 자료를 검색하는 등 인터넷을 사용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구글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 재러드 코헨 소장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방법을 묻자 한 학생이 검색엔진인 구글 웹사이트로 이동했다. 코헨 소장은 “그 곳이 내가 일하는 곳이야”라고 웃으며 말했다. 북한에서는 일부 주민만 자국 내 사이트로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을 할 수 있다. 전세계 웹사이트로 연결 되는 월드와이드웹(WWW)을 통한 정보검색은 극소수에게만 허용된다.
일행이 평양과기대를 방문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이 7일 평양으로 향할 때 탑승한 중국국제항공 항공기에는 김진경 평양과기대 총장도 동승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 총장은 옌볜과기대와 평양과기대 설립을 주도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방북에 앞서 베이징(北京) 공항에서 “대학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과기대는 한국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북한 교육성이 공동 설립한 북한 유일의 사립대학으로 2010년 가을 개교했다. 인재 육성 취지로 설립된 이 대학에는 미국, 중국, 영국 등 다양한 국적의 교수진이 포진해있다. 평양과기대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고 미국의 CNN 방송도 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IT 환경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방북을 계기로 슈미트 회장이 평양과기대 지원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에서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 “리처드슨과 슈미트가 북한에 도착했다”며 “레닌은 이런 사람들을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 불렀다”고 적었다.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은 공산주의의 비민주성을 알면서도 동조하는 서방의 좌파 지식인들을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고 조롱했는데 매케인은 북한이 두 사람을 활용할 수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분별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감정적인 표현으로 일행의 북한 방문을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을 방문한 미국 시민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있다”고 말해 추후 국무부가 슈미트 회장 측과 접촉할 예정임을 내비쳤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