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의전에 대한 특별 대우를 사양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문 매체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은 8일 소식통을 인용, 장 전 주석이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8기 1중 전회)가 폐막한 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비롯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이러한 내용의 친필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장 전 주석은 서한에서 당과 국가의 의전 순서에서 자신이 다른 당 원로들과 같은 배열에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고 밝혔다. 장 전 주석은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주석단 입장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 이어 두번째로 등장, 영향력을 과시한 바 있다. 당시 다른 당 원로는 현역 상무위원들의 뒤에 입장했다.
장 전 주석은 후 주석에게 주석직을 물려준 뒤에도 상왕으로 군림하며 정치력을 발휘해 왔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권력에 집착해 온 그가 스스로 특별 대우를 사양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은 후 주석이 18차 당 대회에서 당시 시 부주석에게 총서기직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함께 이양하며 완전 은퇴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후 주석은 자신에게 총서기직을 물려준 뒤에도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2년이나 유지한 장 전 주석의 전례를 거부함으로써 당 안팎의 박수를 받았다. 후 주석의 이 같은 처신은 퇴임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해 온 장 전 주석 등 원로들에게는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돼 왔다.
그러나 장 전 주석의 서신이 본심과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 주석의 완전 은퇴로 동반 은퇴 압박을 받은 장 전 주석이 서신으로 물러나는 듯한 모습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장 전 주석은 고 황쥐(黃菊) 전 부총리 기념화보집 출판 기념회에 제호를 써 보내고 대나무를 주제로 한 시집에도 서문을 쓰는 등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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