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지휘자 최수열(33)씨는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와 2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씨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본공연 지휘자를 위한 사전 연습을 담당하거나 이메일 소통 등 초벌 작업을 하는, 이를테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본 지휘자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죠. 개인적 해석은 최대한 자제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연주할 수 있게 최대한 열어 둬야 하니까."
그는 현대음악에 애정을 쏟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전문 지휘자다. 독일의 앙상블 모데른이 주관하는 아카데미(IEMA)의 지휘자 부문에 동양인으로는 처음 선발돼 2010년 가을부터 2011년 봄까지 단체를 이끌었다. 앙상블 모데른은 프랑스의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렝과 더불어 세계 최고로 꼽히는 현대음악 연주단체다. 앙상블 모데른의 IEMA에서 그는 현대음악의 최전선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때로는 신흥 종교 집단 같죠. 리게티나 불레즈 등 전설적인 대가들이 서너 시간씩 번갈아 수업하다 보니 학생들의 정신에 이상이 오는 듯 해요."
현대음악이 제공하는 자유를 사랑하지만 그것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고전ㆍ낭만 대 현대음악의 지휘 비율을 7 대 3으로 잡고 있습니다. 현대음악이 행복을 줄 것 같지는 않지만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고 싶은 거죠."
지휘자로서 악보를 해석하다 보니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허위 의식도 경험했다. "연주자들은 쓸데없는 것들을 금방 알죠. 악보를 그럴싸하게 보이는 데 집착하지 않는 작곡가가 좋은 작곡가입니다."
정확한 음악 해석을 위해 그는 작곡가와 직접 대화를 나눈다. 현대음악에서 지휘자는 곧 최선의 조정자도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휘자 정치용을 사사한 그는 2009년 독일로 가서 드레스덴 국립음대의 최고연주자 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국내에서는 통영국제음악제, 서울현대음악제, TIMF앙상블, 한국현대음악앙상블, 21세기악회 등의 무대에서 관객을 만났다.
최근 들어 활동 폭이 넓어졌다. 2008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윤이상의 '현을 위한 융단'을 지휘한 그에게 윤이상은 새로운 화두가 됐다. "'예악' '신라'등 교향곡적 작품이 외국에서 소통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제대로 연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지영 서울대 음대 국악과 교수가 이끄는 현대음악앙상블(CMEK)에 지휘자로 참여해 국악을 만나는 작업도 시작했다. 국악기와 양악기의 혼성 연주단체인 CMEK는 세계적 작곡가들에게 꾸준히 신작을 위촉해 초연하고 있다.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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