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 10곳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의 책임을 지고 최소 200억달러(약 21조3,000억원)를 물기로 당국과 합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7일 자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이 모기지 금융 전문기관인 페니매에 판매한 부실 모기지채권(MBS)에 대해 116억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다른 은행들도 민간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배상금 지급에 합의했다. 대형은행 10곳에는 미국 내 은행 중 자산 규모가 1, 2위인 시티그룹과 BoA를 비롯해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등 10대 은행이 대거 포함됐다.
은행들은 당시 자격 미달의 주택 구입 희망자들에게 주택자금을 대출한 뒤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MBS를 발행하고 이를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에 양도했다. 페니매와 프레디맥은 은행들에서 사들인 MBS를 민간 투자자들에게 다시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택자금을 마련해 주택구입 희망자들에게 대출해주는 모기지 금융 전문기관이다. 그러나 은행이 발행한 부실 MBS를 사들인 모기지 금융 전문기관은 물론, 은행으로부터 직접 MBS를 매입한 민간 투자자들이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고 결국 전세계가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는 금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주택시장 거품 붕괴로 부실화한 패니매와 프레디맥에는 2008년 9월 각각 600억달러와 510억달러를 투입했다.
은행들은 정부와의 배상 합의에 앞서 6일 민간 투자자들과 85억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BoA는 민간 투자자들에게도 30억달러를 배상키로 해 전체 배상액 200억달러의 70%를 물어내게 됐다.
FT는 "배상 절차는 현금 배상 33억달러를 비롯,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지 못한 가구에 최대 12만5,000달러를 탕감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날 합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BoA 주식은 0.2% 올랐다. 애틀랜틱 에쿼티스의 분석가 리처드 스테이트는 "배상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며 "시장 불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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