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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을 행하려는 열정과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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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을 행하려는 열정과 의지

입력
2013.01.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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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선을 치르면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이 있다.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는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알게 된 것을 '발견'이라 한다면, 관점, 시각, 동기에 따라 발견의 방법과 내용은 달라진다.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두는 사람에게는 무엇이 승리와 패배를 갈랐는가라는 요인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유권자 투표행태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표심 결정에 영향을 준 여러 요소들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이런 요인 분석들은 한국인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지난 대선에서 주로 어떤 선택 압력에 지배되었는가를 열심히 찾아낸다. 거기서 얻어진 발견들은 좁게는 정치세력들이 다음 선거에 대비할 유효 전략을 짜는 데 유용하고 넓게는 지금의 한국인, 한국 사회, 한국 정치문화를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우리의 선거문화다. 좀 성급하게 결론 비슷한 얘기부터 꺼내자면, 내가 발견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한국에서의 대통령 선거가 정책선거 수준에 올라서자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고 둘째, 선거에 임하는 정치세력들의 품위 수준이 날이 갈수록 하향 질주를 하고 있다는 것, 셋째는 유권자들의 선택과 판단을 지원하는 데는 현행 선거법 상의 선거운동 규정들이 터무니없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사항들은 말이 발견이지 사실은 발견이라 이름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을 재확인하는 일도 발견에 해당한다. 이때의 발견은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 고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재발견해서 그것을 다시 사회적 의식의 수면 위로 띄워 올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틀린 것, 모자라는 것, 잘못하고 있는 것들을 뻔히 알면서 고치지 못한다면 이는 고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고치지 '않는' 것이고, 고칠 의사도 의지도 없다는 소리가 된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발견 내용들을 세세히 이 손바닥 칼럼에 거론할 필요는 없다. 전혀 새롭다고 할 수 없는 그 발견들을 내가 새삼 무슨 대발견인양 여기 제시해보는 것은 이 참에 우리가 '정치'라 부르는 행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수천 개의 응답들이 나와 있다. 선거철의 유권자는 저마다 정치에 대한 견해를 갖고 있다. 특정의 후보에 대해서도 우리는 곧잘 "그 사람 아직 정치가 뭔지 잘 몰라"라고 한 마디로 평가절하할 때가 있고, 정치 1단이니 정치 9단이니 하는 딱지를 서슴없이 갖다 붙이기도 한다. 이런 풍습은 꼭 문제적인 것만은 아니다. 선거철을 맞아 유권자 상당수가 정치를 말하고 정치에 대해 일가견을 피력하는 것은 정치에 대한 관심의 보편화일 수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유권자에게 동의와 참여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민주 정치는 한 가지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치의 조건'을 갖고 있다.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정치는 '보편적 선을 행하려는 열정과 의지'라는 것이다. 이 보편적 선을 우리는 특정의 이해관계를 넘어 설 때에만 그 존재가 보이는 '공동선'이라 말할 수도 있고, 특정의 집단, 계층, 계급, 지역의 이익에 종속되지 않을 때에만 실현 가능한 '보편정의'라 부를 수도 있다. 보편적 선은 대선처럼 큰 국면에서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선거에서는 후보, 정책, 정당을 선택하고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고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지금 내가 말하는 '정치의 조건'이다.

한 사회의 선거문화를 들어 올리고 거기 고품질을 주는 것은 보편적 선에 대한 고려가 유권자의 선택과 판단에서 얼마나 본질적인 기준이 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 기준이 시야 밖으로 내팽개쳐질 때 정치는 마피아 집단의 이권 다툼이나 별로 다를 것 없는 수준으로 추락한다. 사회 통합도 결속도 불가능해진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보편적 선을 행하려는 열정과 의지를 얼마나 고려했을까? 그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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