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가 14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대우그룹 해체로 채권단 손에 넘어간 이후 다섯 번에 걸친 매각실패를 겪은 끝에 동부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다.
동부그룹 컨소시엄은 8일 대우일렉 채권단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2,726억원이다. 지분은 김준기 회장을 비롯한 동부 측이 51%, 재무적투자자(FI)들이 49%를 보유하게 된다.
대우일렉은 외환위기 이전 ‘탱크주의’를 표방하며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가전시장을 삼분했던 대우전자의 후신. 하지만 모그룹(대우) 해체로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래 무려 14년 동안 구조조정과 감원, 매각실패를 거듭했다.
옛 대우전자는 반도체부터 컴퓨터, TV, 주방가전 등 모든 전자제품을 아우르는 종합가전회사였지만 지금은 모든 사업을 접고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만 남은 상태다. 한 때 1만2,000명에 달했던 직원수는 10분의1 수준(1,400명)으로 줄었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경영’깃발 아래 전 세계 곳곳에 설립됐던 공장과 현지법인들도 상당수 팔리거나 정리됐다.
2006년 인도 비디오콘컨소시엄과 첫 매각 협상이 결렬된 뒤 5차례의 협상과 유찰을 반복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일렉이 새 주인 없이 10년 이상 버틴 것 자체를 기적으로 평가한다. 신규투자가 전무한 상황에서도 대우일렉은 2008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냈다.
투자할 돈이 없었으나 대우일렉은 틈새시장을 노린 아이디어 제품과 영업직원들의 발품 만으로 지금껏 버텨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진국 시장과 프리미엄 제품시장에 주력한 것과 달리, 대우일렉은 중남미 중동 동유럽 등 신흥시장과 중저가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 현재 대우일렉의 수출 비중은 80%를 넘는다. 회사 관계자는 “벽걸이형 드럼세탁기와 3도어 냉장고 등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자금력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동부와 함께 백색가전 명가의 전통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소비재산업이 거의 없는 동부그룹은 대우일렉을 통해 소비자 밀착형 종합전자회사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동부는 반도체(동부하이텍), LED(동부라이텍), 전자재료ㆍIT시스템(동부CNI) 등 백색가전에 필수적인 전자계열사를 두고 있어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것. 동부 관계자는 “대우일렉이 보유한 광범위한 해외 영업망과 경쟁력에 집중 투자와 마케팅이 더해지면 동부가 종합전자회사로 도약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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