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 8명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법관들의 '줄사표'는 최근 10년 사이 처음 있는 일로, 정기 인사 전 사표를 내는 경우는 매년 있지만 보통 1~3명 수준에 불과했다.
8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에 근무 중인 사법연수원 14기 1명, 15기 1명, 16기 1명, 17기 5명 등 총 8명의 부장판사가 최근 대법원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을 고민하고 있는 고법 부장급 판사는 이들 외에도 여러 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기 인사 전에 사직하는 고위 법관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고위 법관의 줄사표에 대해 법원 안팎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도입한 평생법관제와 대등재판부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생법관제는 일선 법원장 근무 후 고법으로 돌아가 법관으로 계속 일하도록 한 제도로, 양 대법원장이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정착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대등재판부는 고법 부장판사 1명과 지법 부장판사 2명이 함께 한 부를 이뤄 재판하는 제도로 항소심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평생법관제 도입으로 정년까지 재판을 해야 한다는 점이 일선 판사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등재판부가 도입되면서 부장판사들의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나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 것 역시 또 다른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0, 2011년에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해 법원 내 중추 역할을 해야 할 사법연수원 16, 17기 출신의 잇단 사표 제출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에 사표를 낸 법관들은 경제적 문제 등 각자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생법관제를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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