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정신 나간 짓이죠."
전남도가 최근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무등산에 높이 518㎙의 전망타워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8일, 광주의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그는 "도대체 무등산을 살리자는 것인지, 죽이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무등산 전망대 설치를 대선 공약 과제로까지 만들었다는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흥분했다.
전남도가 무등산에 초대형 전망타워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다. 도는 "518㎙ 전망타워 설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 발 빼면서도 "무등산에 어떤 식으로든 상징 건축물을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가 광주 동구와 북구, 전남 담양ㆍ화순 등 4개 자치단체에 걸쳐 있는 무등산에 초대형 전망타워 등을 설치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세운 것은 지난해 9월. 도는 당시 제18대 대선 후보들에게 공약 과제로 채택해달라며 무등산 전망타워 및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수립했다. 5ㆍ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무등산에 높이 518㎙짜리 전망타워를 건립하고 증심사 입구~장불재(4㎞) 구간과 화순 수만리~장불재(3㎞)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지만 이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한 후보는 없었다. 총 사업비 3,200억원(추정)에 달하는 무등산 전망타워와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박준영 전남지사의 지시에 따라 수립됐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전남도가 무등산을 죽이려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무등산에 전망타워와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무등산을 사랑하는 광주시민들을 욕보이는 것"이라며 "전남도가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도 "해발 1,000㎙가 넘는 무등산에 518㎙짜리 초대형 콘크리트 덩어리(전망대)를 설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무등산의 국립공원 승격은 항구적으로 자연을 보존하자는 취지인 만큼 관광레저 목적의 개발은 결코 안 된다"고 반대했다.
도는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무등산 전망타워 설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대선공약 과제 수립과정에서 무등산에 5ㆍ18을 상징하는 뜻에서 518개 계단을 설치한다는 계획이 518㎙ 전망타워를 만든다는 것으로 잘못 들어갔다"며 "광주의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무등산 전망타워 설치 계획을 수립한 것이지 실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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