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낮 12시쯤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 안산동산교회 2층 구내식당. 수백 명이 일시에 몰리며 식당 안은 물론 복도에 추가로 설치한 테이블까지 꽉 찼지만 한쪽에는 여전히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끝 모르게 늘어섰다. 대부분 교인인 듯 했지만 작업복 등을 입은 외부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간 교회 서쪽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거리는 한산했다. 음식점 두 곳은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영업을 접은 최모(40)씨는 "직원 3명을 해고하고 혼자 주방까지 봤지만 도저히 지탱할 수 없었다"며 "이 동네에는 점심시간에 오히려 상가 쪽에서 교회로 사람들이 이동하는 기현상이 벌어져 상가 권리금까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경기 탓에 손님을 놓고 음식점 업주들과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대형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상인들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교회 구내식당이 확대 개편되면서 평일에 밖으로 나가던 교인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과 바로 옆 상록구청ㆍ보건소 등 공무원들도 점심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교회 안에 커피숍까지 있어 지역 주부들의 모임장소로도 애용된다.
직격탄을 맞은 음식점 업주 등은 지난해 말 가칭 소상인연합회를 만들어 교회에 항의하는 한편, 상록구청에도 "외부손님을 막아달라"며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교회측은 지난해 식대를 500원(3,500원) 올리고, 입구에 '영세 식당에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외부인 이용을 제한한다'는 푯말을 세웠지만 오는 손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구청도 외부인을 구별할 수 없어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구내식당 휴일제를 운영하는 관공서처럼 영세상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형 교회가 솔선해 상인과의 상생에 노력해 달라"는 요구다.
2006년 말 개교한 안산동산교회는 지하 2층에 지상 10층, 건축연면적만 4만㎡에 달하는 안산 최대 규모 교회로 교인은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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