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실과 진보 성향 지식인 모임 '좋은정책포럼'이 7일 공동 주최한 대선 평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을 친노(親盧) 중심의 패권주의라고 꼽았다.
포럼 대표이자 안철수 전 후보 캠프에서 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했던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민주당의 기득권 고수 노력과 친노 패권주의가 안 전 후보를 사퇴하게 만들었고 결국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비판한 뒤 "문재인 전 후보와 안 전 후보 모두 정권 교체 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함께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민주당은 2002년 대선을 철저하게 답습해 2030세대 중심 전략과 영남후보론을 내세웠지만 졌다"며 "전략적 원칙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50대의 압도적 지지에 대해 "정당의 사회적 토대가 변한 게 아니라 정당의 전략이 '계급 투표'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50대 중산층 중 상당수가 서민층에 편입됐으면서도 이번 선거에서는 오히려 박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민주당은 정권교체론에만 매달린 반면 새누리당은 진보 진영의 공약을 대거 수용해 확장성을 넓히면서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고 '중산층 70% 재건' 구호로 부유층 정당의 이미지를 희석시켰다"고 분석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민주당의 집단적 기억력은 2주에 불과하다"고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부재를 꼬집었다. 그는 "선거에서 패배를 하면 정당 이성이 작동해 정당의 장래를 고민하다가도 2주가 지나면 다시 계파적 이해가 고개를 든다"며 "총선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대선에서 참패한 만큼 문 전 후보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기춘 원내대표가 여의도 한 식당에서 민주당 전직 원내대표를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가 쏟아졌다. 김진표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으로는 집권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지난 몇 년간 야권 진보세력 통합이 진행됐는데 국민은 지나치게 좌클릭했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도 2인자가 없으니 지금부터 대선 후보급 인물을 키워 나가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비대위원장 선출과 관련, 조정식ㆍ이인영ㆍ김기식ㆍ은수미 의원 등 일부 수도권 486과 비례대표 의원들은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하며 3선의 박영선 의원을 추대키로 의견을 모았으며, 추대가 여의치 않을 경우 경선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진ㆍ원로그룹이 관리형 다선 의원 추대를 주장하고 있고 비주류도 대체로 동조하는 기류여서 9일 당무위ㆍ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자칫 비대위 성격 및 비대위원장 선출 방식을 놓고 계파간 세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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